지난주와 지지난 주에 이어 계속되는 경주 숙소 소개 편. (숙소 소개는 오늘이 마지막이다!)
오늘 소개할 숙소는 하늘터밭이다. 경주에서 촌캉스 하기 괜찮은 숙소 중에 하나로, 소소한 촌캉스 체험 프로그램도 같이 운영하고 있다.
나는 이곳을 엄마와 함께 다녀왔는데, 숙소 소개와 함께 엄마와의 여행 이야기를 짧게 해보려고 한다.
경주 촌캉스 숙소 하늘터밭 소개
경주 촌캉스를 위해 다녀온 숙소는 하늘터밭이라는 곳이었다. 경주 시내에서는 택시로 왕복해야 하는 곳인데, 그만큼 숙소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나는 블로그 협찬으로 지원받아 다녀왔다.
가격 : 평일 기준 10만 원 초중 수준
위치 :
추천 대상
1. (거의 무조건) 차가 있는 분. 아니면 택시 타고 왕복 5만 원 정도 필요한데, 나도 택시를 이용했다.
2. 2~4인 가족/친구/연인끼리 재미있게 촌캉스 하고 싶은 분
3. 정말 정말 조용한 위치의 숙소를 원하는 분
특징,
1. (가격) 평일, 주말 10만 원 초중반 수준으로 다녀올 수 있다. 저렴한 편이다.
2. (시설) 객실 컨디션도 좋고, 깨끗하고 깔끔
3. (위치) 차 무조건! 차가 없으면 택시 이용해야 함. 그래서 숙소 비용 + 5만 원 정도는 더 사용해야 한다.
4. (팁) 미리 장은 봐 와야 한다. 물은 제공되고, 주안상이 있는데 (막걸리 제외) 아주 내 스타일은 아니었음
5. (서비스) 사장님 친절하고 따뜻하신 편
개인적으로 기회가 된다면 자비로도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침대가 없다 보니 잠자리가 살짝 불편하긴 했는데, 그 이상으로 즐거운 곳이었다.
경주 촌캉스를 가기 전 준비
딸이 그렇게 오래 머물고 있는 경주. 그렇게 극찬하는 경주. 엄마는 나 때문에 경주가 궁금하다고 했다. 그래서 나의 주도로 경주 촌캉스를 계획하게 되었다.
계획하긴 했지만 이번 경주 촌캉스는 내게 조금 긴장되는 부분이 있었다. 왜냐면 엄마와 떠나는 첫 모녀여행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은 꽤 여행을 자주 가는 편인데도 단 둘이 여행을 간 적은 없다.
아마도 그건 우리 둘. 엄마와 나의 성격이 잘 안 맞기 때문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엄마는 ESFP. 나는 ENTJ. 이 한 문장으로도 우리는 완전히 달랐다.
우리는 의도치 않게 서로의 신경을 굉장히 거슬리게 하는 부분이 있었고, 재미있는 공동 주제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화가 잘 통하지 않았다.
그나마 남동생이나 아빠가 같이 있으면 적당히 잘 지낼 수 있는데 둘 만 있으면 괜히 더 사이가 멀어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하지만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난 엄마를 무척 사랑하고 좋아한다. 그래서 이왕 가는 경주 촌캉스. 엄마와의 첫 여행. 정말 아무 마찰 없이 잘 지내고 싶었다. 엄마한테 효녀 한 번 되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우린 가기 전 부모님 여행 십계명을 가슴에 새겼다.
1. 아직 멀었냐 금지
2. 음식이 달다/짜다, 내가 만든 게 더 낫다 등 금지
3. 겨우 이거 보러 왔냐 금지
4. 돈 아깝다 금지
5. 이 돈이면 OO에 가는 게 낫다 / 집에서 해 먹는 게 낫다 금지
6. 또 어디 갈 거냐 반복 질문 금지 등등…
나 또한 마찬가지. 자식 된 도리로 십계명을 가슴에 새겼다.
1. 똑같은 거 물어본다고 짜증내기 금지
2. 하루종일 휴대폰 하기 금지
3. 비싼데 양 적은 식당은 애초에 예약 금지
4. 엄마 사진 예쁘게 프사용으로 찍어주기
5. 엄마와의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남지 않았음을 가슴에 새기기 등등…
이 마음으로 난 여행에 나섰다.
그렇게 도착한 숙소…
경주 촌캉스, 여행 이야기촌캉스
촌캉스를 계획한 이유는 엄마가 촌캉스가 뭔지 궁금하다고 했기 때문이다. 엄마는 ‘촌캉스’라는 말에 꽤 꽂힌 것 같았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촌캉스를 많이 한다며,
이제 호캉스 대신 촌캉스라며?
그래서 하늘터밭에 가게 된 것이다. 하지만 막상 좀 걱정이 되었다. 내가 사전답사를 한 곳도 아니었고, 내 기준에 엄마는 꽤 까다로운 사람이다. 고기를 먹어도 ‘이게 고기 질이 어떻다 저떻다.’라는 말을 하고, 조금이라도 이상한 냄새가 나면 귀신같이 그 냄새를 맡아내고 마는 사람이다.
나이가 들면 사람들은 시골이 좋아진다는데, 아직도 엄마는 평생 살아온 서울을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다.
엄마가 과연 경주 촌캉스를 좋아할까?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데, 생각보다 할 것도 없을 텐데, 침대가 없어서 잠자리가 불편할 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도착한 경주 하늘터밭.
경주 촌캉스
엄마는 숙소를 보더니 너무 좋아했다. 숙소에서 제공해 주는 몸빼 바지를 입고 함께 산책도 했다. 난 엄마가 그 바지를 안 입을 거라고 생각했다. 평소 엄마의 이미지로 봤을 때, 공용 의복(?)을 잘 입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30년을 넘게 봐왔는데 여행에서 엄마의 새로운 면을 또 하나 알게 된 것 같았다.
내가 모르던 엄마의 모습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평소 책을 싫어하던 엄마는 여행에서 읽으려고 책까지 빌려왔다.
“딸이 책 읽는 걸 그렇게 좋아하는데, 이제 엄마도 책 좀 읽어보려고.”
엄마랑 책 읽기
그러면서 한껏 들떠했다. 꼭 뭔가를 엄청나게 보고 유적지를 가야 하고 30분 단위로 짜진 그런 여행 말고, 딸내미가 좋아하는 MZ 스타일의 여행을 해보고 싶다고.
내 여행 스타일이 MZ의 그것과 얼마나 비슷할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엄마가 그렇게 생각해 준다는 게 고마웠다.
엄마는 끝까지 촌캉스를 제대로 즐겼다. 장작도 나보다 훨씬 잘 팼다. (아래 영상은 나의 장작씬..)
무엇보다 마음이 찡했던 건 엄마가 나랑 경주에 촌캉스 하러 간다고 이곳저곳에 얘기를 많이 하고 왔다는 것이었다.
ESFP 타고난 인싸인 우리 엄마는 여행 중에 꽤 많은 전화를 받았다.
“아, 언니 나 딸이랑 촌캉스 하러 간다고 했잖아. “
“요즘 젊은 애들은 다 이렇게 논대. 새롭네. 재밌어.”
백수라서 제대로 대접(?)도 못하고 다닌 여행이었는데 엄마가 꽤 행복해 보였다. 그래서 나도 행복했다.
경주에서 만난 숙소 게하/풀빌라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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