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인해 전 지구적으로 수년간 가뭄이 끝나지 않는 ‘장기 가뭄’에 시달리는 면적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 가뭄은 식수 부족, 작물 고사, 생물 다양성 감소, 대형 산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20일 스위스 연방 산림눈·경관연구소(WSL)이 지난 16일 ‘사이언스’지에 게재한 연구 논문을 보면 장기 가뭄의 영향을 받는 육지 면적은 지난 40년 동안 매년 4만9279㎢씩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최소 2년 이상 가뭄에 시달리는 육지가 매년 서울 81배 면적만큼 늘어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파머 가뭄지수(PDSI)를 이용해 1980년부터 2018년까지의 장기 가뭄을 추적했다. 파머 가뭄지수란 강수량, 기온, 일조시간, 유효토양수분량을 이용해 가뭄의 정도를 정량화하는 수치다. 인공위성으로 녹지 분포를 수치화한 정규 식생 지수(NDVI)도 함께 분석했다. 연구 결과 남극 대륙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1만3000건 이상의 장기 가뭄이 식별됐다.
가장 긴 가뭄은 콩고 동부 분지에서 관측된 가뭄으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9년간 가뭄이 이어졌다. 가장 심각한 영향을 받는 생태계는 온대 초원으로 조사됐다. 아마존과 같이 열대우림이 있는 습한 지역에서는 강수량이 부족해도 식물이 줄어들지 않지만 온대 초원의 식생은 강수 의존도가 크기 때문이다. 2000년에 몽골에서 발생한 가뭄은 지역의 녹색 식생을 30% 가까이 감소시킨 컷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지구 기온 상승, 강수량 감소, 잠재 증발산량의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장기 가뭄이 급격하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가장 심각한 가뭄 10건을 분석한 결과 이 지역 강수량은 다른 지역보다 매년 7㎜씩 줄었다. 같은 기간 기온은 10년마다 0.26~0.35도 상승했다.
장기 가뭄은 인류 생존의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식수 부족, 농작물 고사 등 식량문제를 유발할 수 있고 생물 다양성 감소로 생태계 전반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가뭄 기간이 길어지면 대규모 산불의 위험도 증가한다.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도 가뭄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영국 기후 연구단체 카본브리프에 “단일 가뭄 현상에 초점을 맞추는 것보다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가뭄을 분석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 마련에 더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후 변화로 가뭄이 더 빈번해질 것이라고 말해왔지만 데이터베이스가 없었다”면서 “(이번 연구로) 마침내 지구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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