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목사가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사랑제일교회 주최로 열린 전국 주일 연합 예배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19/뉴스1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벌어진 헌정사 초유의 법원 난동 행위를 두고 전광훈 씨(69·사랑제일교회 목사)가 “국민 저항권”을 운운하며 극우 집단을 자극하고 공권력을 향한 실력 행사를 정당화하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전 씨가 주장한 ‘국민 저항권’은 헌법 수호를 위해 발동하는 저항권과 명백히 다르다고 지적하는 것은 물론, 전 씨에게 내란 선동·선전 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국가 불법 전략 시 최후 수단 ‘저항권’…”‘저항상황’ 인정 안 돼”
저항권은 국가 권력이 위헌적인 공권력을 행사할 때 국가 구성원이 저항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현행 헌법과 법률에 명시돼 있진 않지만 ‘천부인권’과 같이 실정법 규정 여부를 떠나 인정되는 자연적 권리로, 법이 기능을 하지 못할 때 최후의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게 통설이다.
실제 헌법재판소가 인정한 저항권의 주요 발동 요건은 △국가 권력에 의해 헌법 기본원리에 중대한 침해가 발생하고 △합법적인 구제 수단으로 (헌법질서 수호)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다.
22일 한국토토뉴스취재에 따르면 법조계는 현재 상황이 저항권을 발동할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전 씨 등 윤석열 대통령 극렬 지지자들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내란죄 수사권 △서울서부지법의 체포·구속영장 발부 △윤 대통령의 구속 수사 등이 위헌·위법인 만큼 저항권을 발동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질서가 무너져 국가 권력이 불법화돼 국민이 직접 실력행사를 하지 않으면 헌법 질서의 회복과 수호가 어려운 상황을 ‘저항상황’이라고 말하지만 지금은 그 자체가 인정되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 관련 법원의 영장 발부와 공수처 수사와 관련해 “통상적인 형사사법절차 안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며 “현행법 질서 내에서 해결하고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공권력이 민주적 기본 질서를 침해·파괴할 때 저항하는 권리는 있지만 이는 ‘최후의 수단'”이라며 전 씨가 주장하는 저항권은 “폭동이고 내란죄”라고 지적했다.
민만기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윤 대통령이 구속됐다고 해서 국민 기본권이 제한받는 상황은 전혀 아니다”라면서 “저항권을 운운할 그런 상황이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尹 구출=법률 기능 소멸’…”내란 선동 구속 수사 엄벌해야”
19일 새벽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소식에 격분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난입해 유리창과 법원 건물 벽면 등을 파손한 흔적이 남아 있다. 2025.1.1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지난 20일 전 씨를 형법상 내란(선동·선전) 혐의로, 같은 날 촛불행동과 민생경제연구소도 전 씨를 형법상 내란 및 소요 등 혐의로 고발했다.
전 씨는 윤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있던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대한민국 헌법 위에 또 하나의 권위인 국민저항권이 있다”며 “당장 서울서부지법으로 모여 대통령 구속영장을 저지하기 위해 국민 저항권을 발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내 집회 인파는 서울서부지법 인근으로 이동해 다음 날 새벽 헌정사 초유의 법원 난동을 일으켰다.
전 씨는 19일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전국 주일 연합 예배’에서 법원 난동을 두고 “국민 저항권이 발동된 상태”라며 “국민 저항권이 발동됐기 때문에 우리가 윤 대통령을 구치소에서 데리고 나올 수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형법 제91조의1은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 그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을 ‘국헌 문란’이라고 정의한다. 윤 대통령은 같은 법 제91조의 2에 따라 강압에 의해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기 가관을 전복 또는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다.
임 교수는 “국헌문란 목적으로 폭동을 하면 내란죄인데 내란의 결의를 생기게 하거나 이미 존재하는 결의를 촉발할 때 성립한다”면서 윤 대통령을 구치소에서 데리고 나올 수 있다는 발언은 “형집행법과 형사소송법의 법률 기능을 소멸시키려는 것으로 국헌을 문란할 목적에서 다수를 결합해 폭행 협박으로 평온을 해치기로 결의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 씨가 “헌법과 법률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자 저항권을 전혀 모르면서 명칭만 가져다 써 국민을 호도하고 혹세무민하고 있다”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사법기관이 내란 선동 혐의에 대해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신속하게 엄벌하는 선례를 남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중심의 류재율 변호사는 “전 씨는 목사라는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설교를 통해 대규모의 신도와 지지자를 거닐고 있어 일반 유튜버들보다 높은 수준에서 내란 선동으로 인정할 만하다”며 “윤 대통령을 구치소에서 꺼낼 수 있다는 발언은 새로운 내란을 선동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을 꺼낼 수 있다는 발언은 형법상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즉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다른 형태의 또 다른 내란을 선동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