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14일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규제 풀어 민생 살리기 대토론회’에서 시민의 의견에 답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부동산 경기의 하향 추세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특별한 시기에 선택됐던 토지거래허가는 해지를 적극 검토 중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4일 ‘규제 풀어 민생 살리기 대토론회’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관련 질의에 대해 “조만간 생각을 정리해 발표하겠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사실 좀 뜬금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부동산 경기가 가장 좋지 않았던 2022년과 2023년에는 토지거래허가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경하게 주장하던 서울시가 당시보다는 상황이 나아진 지금 토지거래허가제 해제를 적극 검토하는 것은 다시금 부동산 정치를 의심케 합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땅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장관, 시도지사가 특정지역을 최대 5년까지 거래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는 제도입니다. 지정 구역 내의 토지를 거래하려면 시장, 군수,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허가 조건은 △최종 1주택 △허가신청일로부터 3개월 이내 잔금 △잔금일로부터 6개월 이내 입주 △입주 후 2년간 실거주 등이 있습니다. 가장 깐깐하게 파악하는 것은 △잔금 당일 무주택자 여부입니다.
토지거래허가제에 대해서는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습니다. 제도의 효과는 없는데 부작용만 많았기 때문입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의 가격 상승률은 여타 지역을 압도합니다. 더 큰 문제는 풍선 효과입니다.
주변 지역이 지정됐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아니었던 강남구 개포동은 2024년 집값이 크게 올랐습니다. 강남 3구이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아닌 서초구 반포동은 전용면적 84㎡가 60억원에 거래됐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제외된 인근 지역으로 수요가 몰린 결과입니다.
토지거래허가제가 주거이전의 자유나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악법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집을 사는데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은 선뜻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주택 수요자들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규제입니다. 여기에 더해 아파트거래허가제로 변질된 부분과 이중규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 일대 모습. 사진=허문찬 기자
2021년 4월에 지정된 압구정동, 여의도동, 목동, 성수동은 재개발·재건축으로 인한 주택가격 불안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허가대상면적 또한 6㎡로 까지 축소해 모든 주택이 걸릴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심지어 상업용이나 연립·다세대 등은 2023년 11월 토지거래허가제에서 제외하고 오로지 아파트만 적용했습니다. 따라서 아파트거래허가제가 정확한 제도의 명칭이 되어야 할 겁니다.
이중규제도 문제입니다. 특정 지역 거래를 제한하는 규제로는 이미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이 있습니다. 여기에 토지거래허가제까지 추가하면 규제는 더 복잡해지고 여러 규제에 동시에 노출된 지역까지 발생합니다. 토지거래허가제가 폐지된다면 투기성 매매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이미 이중규제이기에 추가적인 보완장치는 필요 없을 듯합니다.
현재 지정된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시장이 추가 연장하지 않으면 해지가 가능합니다. 관련 부서가 해지 요청을 한 다음 지자체와 논의하고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상정·의결하면 됩니다. 올해 4월 해제가 가능한 압구정동, 여의도동, 목동, 성수동이 가장 먼저 심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토지거래허가제가 해제되면 2025년부터 확대될 정책금융(신생아특례대출, 청년주택드림통장 등)과 함께 주택시장에 좋은 영향을 주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해제가 예상되는 시점도 4월과 6월이기에 이 시점이면 주택시장을 억누르고 있는 정치 요인들도 어느정도는 해소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집을 구입하려면 구청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토지거래허가제가 이제라도 풀린다니 다행스럽습니다. 서울시의 다음 행보를 기대해봅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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