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2025.1.2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정재민 노선웅 기자 = 검찰이 ’12·3 비상계엄 사태’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을 26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12·3 비상계엄이 선포된지 54일 만이다. 이로써 윤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 최초로 ‘피고인’ 신분으로 전환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이날 오후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을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 23일과 25일 법원에 윤 대통령의 구속기간 연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공수처법에 검찰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다”며 불허했다.
이에 검찰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검찰총장 주재로 대검 차장 및 부장, 전국 고·지검장이 참여하는 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기소 여부를 논의한 뒤 심우정 총장이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대검은 이날 오후 공지를 통해 “그간 제기된 법률적 쟁점과 처분 방향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깊이 있는 논의를 거쳐 검찰 특수본에 공소 제기를 지시했다”고 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법원의 구속기간 연장 신청 불허에 대해 ‘부당한 결정’이라면서도 공소 제기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은 “구속영장이 발부된 대통령에 대해 그간의 수사 경과에 비춰 구속을 취소할 사정변경이 있다고 볼 수 없고, 김용현 전 장관 등 주요임무 종사자 등에 대한 면밀한 수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와 조지호 경찰청장 등 경찰에서 송치한 수사 기록 등을 종합할 때 혐의 입증에 필요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였으므로 구속기소가 상당하다’는 의견 등을 종합해 공소 제기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특수본은 “법원의 납득하기 어려운 2회에 걸친 구속기간 연장 불허 결정으로 인해 피고인 대면조사 등 최소한도 내에서의 보완 수사조차 진행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다만 “특수본이 그동안 수사한 공범 사건의 증거자료, 경찰에서 송치받아 수사한 사건의 증거자료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 피고인에 대해 기소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피고인의 구속 이후 사정변경이 없어 여전히 증거인멸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피고인의 1차 구속기간 만료 전, 피고인에 대한 경찰 송치 사건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송부 사건의 범죄사실 중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특권(헌법 제84조)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해서만 구속 기소했다”고 덧붙였다.
당초 검찰은 구속 기간을 오는 6일까지 연장한 뒤 주말 동안 윤 대통령에 대한 대면 조사를 진행하려 했으나, 연장이 불허되면서 추가 조사 없이 윤 대통령에 대한 기소를 앞당기게 됐다. 검찰은 윤 대통령의 1차 구속기간 만료일을 보수적으로 26일로 계산해 기소를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구속 기간 연장 불허 가능성에 대비해 윤 대통령 공소장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에 대한 대면 조사를 하지 않아도 검찰이 지금까지 확보한 관련자 진술과 증거만으로도 기소가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이어졌다.
김 전 장관을 비롯한 내란 혐의 피의자들의 공소장에는 비상계엄 전후 윤 대통령의 지시 내용이 상당 부분 담겨 있는데 주어만 바꾸면 윤 대통령 공소장이 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의 재판 시계 역시 당초 예상보다 빨라질 전망이다. 이미 진행 중인 내란 혐의 피의자들 재판과 병합 가능성도 거론되는 만큼, 윤 대통령의 1심 결과는 구속기간이 만료되는 8월 전에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의 구속 상태도 당분간 유지된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1심 법원에서는 피고인을 최대 6개월간 구속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