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지역에 대설특보가 발효된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시민들이 눈을 맞으며 출근길을 서두르고 있다. 2025.2.12/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정월대보름인 12일 오전부터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눈이 내린 가운데 “눈이 너무 자주 온다”며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종로구에서 근무하는 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올해 겨울에 눈이 유독 많이 오는 것 같다”며 “특히 출퇴근 시간에 자주 와서 운전하다 사고날까 걱정이 된다”고 토로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40대 남성 A 씨는 “체감상 작년에 비해 최소 두 배 이상 온 것 같다”며 “한 번 눈이 올 때 너무 많이 오고 또 자주 와서 눈 치우느라 힘들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B 씨는 “기후 변화 때문인지 국지성 폭설이 내리는 것 같다”며 “저녁마다 출근 시간 일기 예보를 꼭 확인하고 잔다”고 전했다.
올 1월 눈 일수 역대 ‘3위’…이틀에 한 번꼴로 대설특보 발효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눈 내린 날은 9.7일로 역대 1월 중 3위를 기록했다. 평년 동월보다 3.5일 많은 수치다. 적설량도 14.5㎝로 평년보다 4.0㎝ 많았다.
기상자료개방포털 통계를 봐도 올겨울 눈 내린 날은 서울 기준 2024년 11월~2025년 2월 28일로, 1~2년 전에 비해 비교적 많은 편이다. 아직 겨울이 다 끝나기까지 한 달 정도 남은 것을 고려하면 눈 일수가 더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에 비해 서울 기준 2023년 11월~2024년 3월 눈 일수는 총 31일, 2022년 11월~2023년 3월은 눈 일수가 26일로 확인됐다.
2015~2025년 서울에 내린 눈 일수(기상자료개방포털)
이 2024년 12월 1일부터 이날까지 전국에 내린 대설특보 현황을 분석한 결과 총 74일 가운데 대설특보가 발표된 날은 39일로 집계됐다. 거의 이틀에 한 번꼴로 대설특보가 발표된 셈이다.
기상청은 해수면 온도가 12.1도로 최근 10년 대비 0.2도 높아지면서 해기차(대기 온도와 해수면 온도 차이)에 의해 눈구름이 더 많이 생성되는 여건이 조성된 것으로 분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겨울철 북쪽에 있는 찬 공기가 내려와 해상에서 해수면 부근 공기와 충돌하면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눈구름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해수면 온도 상승에 북서풍 영향으로 눈구름대 형성…”일기 예측 더 어려워져”
해수면 온도 상승 외에도 중국 대륙에서 내려온 시베리아 고기압의 찬 공기와 북서풍이 ‘눈 폭탄’을 만들어내는 주요 요인이다.
북서풍이 많이 불면서 수온이 높은 서해안으로 찬 공기가 많이 유입됐고, 그 결과 바다에서 증발한 수증기량이 많아져 습한 눈(습설)이 자주 내리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차동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 교수는 “통상 2월 중순부터는 한반도 동쪽에 있는 알루시안 저기압이 약화하면서 동해안에 눈이 많이 오는데 지금은 동풍보다는 서풍이 많이 불면서 서해안 쪽에 눈이 많이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고 북극의 한기가 내려오면서 장기적으로 폭설과 같은 이상 기후 현상이 잦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안중배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눈의 형태로 많이 내린 것이지 강수량 자체는 사실 많지 않아 지난해 12월은 아주 가물었던 편이었다”며 “온난화된 기후에서는 평년에 비해 겨울 가뭄이나 폭설이 교차해서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 일기 예측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차 교수도 “온난화되면 따뜻해지니까 눈이 올 확률이 적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기압골이 형성되고 찬 공기가 계속 유입되면 평균 적설량은 줄어도 한 번에 눈이 많이 올 수 있다”며 “폭설과 같은 극한 현상이 더 강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