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행감 참고인으로 출석
대책없는 인천시·정부에 분통
소음에 일상도 건강도 무너져
“평화롭던 동네 돌려달라” 애원
북한의 대남방송으로 피해를 당하고 있는 강화군 주민 허옥경씨(왼쪽)와 안미희씨가 지난 15일 열린 인천시의회 시민안전본부 행정사무감사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시의회 유튜브 캡쳐
4개월째 북한의 대남방송 폭격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습니다. 동네 모든 분들의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됐어요. 사는게 아니라 하루하루 견디고 있습니다.”
17일 인천시의회에 따르면 북한의 대남방송으로 피해를 당하고 있는 강화군 주민 허옥경씨(58)와 안미희씨(37)가 지난 15일 열린 인천시의회 제2차 정례회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시의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시민안전본부 행정사무감사에 나온 이들은 북한의 대남방송이 4개월째 이어짐에도 대책 마련 없는 시와 정부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안미희씨는 “북한의 대남방송으로 잠을 못 자 병원에서 수면제 처방을 받고 있다”며 “2개월 전부터는 안면 떨림이 오는데, 의사는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다른 주민은 눈이 흐려지고 있지만 원인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동네 주민 모두가 면역력이 떨어져 암 환자까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미희씨는 “두 아이의 엄마인데, 아이들이 대남방송으로 새벽 3~4시까지 잠을 못 자 수업시간에 졸고 있다”며 “지난달 말에는 가족같은 반려견도 하늘나라로 보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어 “우리가 먼저 한 대북확성기를 중단하면 북한도 멈출까 싶어 정부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인천시 등에는 주민들이 잠을 잘 수 있게 방음창과 방음벽을 요청했지만 누구도 들어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단지 대남방송 전 행복했던 삶을 되찾고 싶은 것”이라며 “평화로운 우리 동네를 꼭 돌려 달라”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김재동 행안위원장은 “시의회에서 먼저 주민들의 아픔을 살폈어야 했는데, 대단히 죄송하다”며 “남북 분단 현실이 아픈 상처를 만들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시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지원대책을 찾다 보니 조금 늦어진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의회가 최대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유정복 인천시장은 이날 소음피해가 심한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를 찾아 현장을 둘러봤다. 시는 당산리 35가정에 예비비 3억5천여만원을 투입해 우선적으로 방음창을 설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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