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전주종합경기장 철거 공사 착공식에서 중장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전북 지역에서 각종 스포츠 경기와 축제 등이 열리던 전주종합경기장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1963년 제44회 전국체육대회 개최를 위해 도민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지은 지 61년 만이다.
전주시는 2일 “전주종합경기장 부지를 전주의 심장부이자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MICE(회의·전시·박람회 등 행사) 단지로 조성하기 위해 철거공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앞서 전주시는 지난달 25일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철거 공사 안전 기원 착공식’을 열었다.
‘MICE 복합단지 개발 사업’은 2022년 7월 취임한 우범기 전주시장 공약이다. 전주시는 ㈜롯데쇼핑과 손잡고 전주종합경기장 부지(12만715㎡)에 2028년까지 민간 투자 등 1조800억원을 들여 컨벤션센터·호텔·백화점 등을 짓기로 했다. 지난해 5월 먼저 철거한 야구장(5571㎡) 부지엔 전주시립미술관과 한국문화원형 콘텐트 체험·전시관을 만들 예정이다.
전주시는 내년 6월까지 주경기장을 비롯해 연면적 3만6751㎡ 건물을 철거비 104억원을 들여 해체할 예정이다. 우 시장은 “전주종합경기장이 MICE 복합단지 조성을 통해 전주 경제의 확실한 원동력이자 명실상부한 지역 심장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전주가 국제도시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전주시에 따르면 전주종합경기장은 44회 전국체전 당시 경기장 건설비 8100만원 중 80%가량이 도민 모금 운동이 발판이 됐다. 짜장면 한 그릇이 3원이던 시절에 초등학생은 1원, 중·고등학생은 3원, 직장인은 50원 등을 냈다. 당시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은 1963년 10월 경기장 준공식을 보고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하더니만 이곳에서 그 실체를 봤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전주종합경기장은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즈 제2구장, 쌍방울 레이더스 홈구장, 프로축구 현대모터스 홈구장 등으로 쓰이며 ‘전주성(城)’으로 불렸다. 1997년 동계 유니버시아드를 비롯해 전국체전만 다섯 차례(1963·1980·1991·2003·2018년) 열렸다. 1980년 61회 전국체전 때는 3만명 관중석 규모로 증·개축했으나, 40년 넘게 사용한 탓에 안전사고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전북도가 2005년 12월 경기장 부지를 전주시에 무상으로 넘긴 후엔 시장이 바뀔 때마다 개발 계획이 바뀌었다. 우 시장은 전임 시장이 경기장 원형을 살려 ‘시민의 숲’으로 재생하려던 계획을 바꿔 MICE 산업 거점 공간으로 개발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반대 여론도 여전하다. 전주시의회가 지난해 10월 21일 본회의에서 전주시가 상정한 ‘종합경기장 이전 및 복합단지 개발 사업 변경 계획 동의안’을 가결하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대기업 이익과 사업성만 키웠다”는 비판이 나왔다. 경기장 전체 부지 중 27% 소유권을 대기업에 넘기는 동의안은 애초 논의된 방식보다 대기업이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임상훈 전주시 공보담당관은 “컨벤션센터 규모를 기존 5000㎡에서 2만㎡로 늘리면서 건축비가 많이 증가해 전주시가 전체 건축비 3000억원 중 1000억원을 부담하고, 롯데쇼핑이 컨벤션센터를 짓는 대신 경기장 부지 27%를 가져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준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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