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게 인간적인 미안함이 있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첫 조사에선 말을 못 했다가…결국 자진해 털어놓기로 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 연루돼 구속된 조지호 경찰청장의 변호를 맡은 검사장 출신 노정환 변호사가 들려준 얘기다. 조 청장은 지난 11일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조사를 받던 중 긴급 체포됐다. 같은 날 체포된 김봉식 서울경찰청장까지 경찰 1·2인자가 모두 구속된 초유의 상황이다.
두 사람은 지난 5일 국회 현안질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미리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거짓이었다. 경찰 조사에선 계엄 선포 3시간 전인 오후 7시쯤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윤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만난 사실을 진술했는데도 국회에선 밝히지 않았다.
그러던 조 경찰청장은 지난 13일 영장실질심사에선 진실을 털어놨다. 그날 그는 태극 무궁화 4개가 달린 견장과 경찰 정복 대신 손목에 수갑 가리개를 한 차림이었다. 김 서울청장은 아예 영장실질심사 자체를 포기했다.
변호사 접견에서 조 경찰청장은 “진실대로 모두 얘기하고 나니 참 마음이 편하다”면서도 대통령을 향한 미안함을 언급했다고 한다. 엉뚱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 대응 등을 지시해 자신들 신세를 망쳐버린 당사자인데, 왜 미안함을 느꼈을까. 두 사람의 초고속 승진 속에 답이 있다.
‘기수 역전’ 말까지 나온 승승장구
TK(대구·경북) 출신인 두 사람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초고속 승진 가도를 달렸다. 윤 대통령과의 인연은 이 때까지만 해도 엄청난 ‘득(得)’이었다.
경북 청송 출신인 조 경찰청장은 윤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국가정보원 댓글수사팀장 이후 대구고검, 대전고검 검사로 좌천 인사를 다니던 시절 자택 관할인 서울 서초경찰서장(2015년)을 맡으면서 인연을 맺었다는 얘기가 있다. 2022년 3월 윤 대통령이 대선에 당선된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파견돼 인사 검증 업무를 맡았다. 당시 직급은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경무관).
인수위 파견 후 같은 해 6월 치안감으로 승진하며 경찰청 공공안녕정보국장이 됐고, 다시 6개월 만에 경찰 계급 ‘넘버 2’인 치안정감으로 승진하며 경찰청 차장이 됐다. 급기야 ‘이태원 참사’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자리가 비자 보직변경 한 달 만에 서울경찰청장이 됐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 7월 14만 경찰의 총수인 경찰청장에 지명됐다. 윤희근 전 경찰청장보다 경찰대 한 기수 선배(6기)여서 이례적인 ‘기수 역전’이란 말까지 나왔다.
대구 출신 김 서울청장도 마찬가지. 대구경찰청 수사과장‧형사과장‧광역수사대장 등 주 근무지가 대구였다. 그랬던 그가 2022년 1월 경무관으로 승진하더니, 지난해 1월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으로 임명되며 경찰 내 핵심 수사라인으로 급부상했다. 지난해 10월 치안감으로 승진하며 국가수사본부 수사국장으로 전보됐다가 지난 6월 치안정감으로 승진하며 1년 새 두 계급 올랐다. 더구나 지난 6월엔 치안 수요 1위 시‧도경찰청인 경기남부경찰청장직을 맡았다가, 또 불과 두 달 만에 서울청장이 됐다.
경찰의 핵심 보직이란 보직은 모조리 꿰차게 해준 이런 인사는 경찰 조직에선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이 배경에는 대구에서 맺은 인연이 있었다. 1994년 윤 대통령이 대구지검 초임 평검사이던 때 김 청장은 대구경찰청 경감으로 근무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