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흔적이 예술과 어우러지는 공간
[노태헌 기자]
▲ 천경자 1964년 예술은 시대를 반영하기도 시대를 뛰어넘기도 한다. 미와 아름다움은 여인들로 대표되어 왔다.ⓒ 노태헌(사진)
서울시립미술관(SeMA)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미술관(1988년 개관)으로 본관은 중구 서소문동에 위치하고 있다. 지하철로는 시청역 10번 출구에서 도보로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원래 자리는 경희궁 근처에 있는 서울고등학교 건물을 보수하여 운영했는데, 1995년에 대법원 청사가 서울 서초 청사로 이전하고 난 후, 대법원 건물로 사용 되었던 지금의 미술관을 파사드(Facade 전면부)만 그대로 보존하여 신축해서 2002년에 재개관해서 운영 중이다.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 접근성이 좋은 미술관으로 현재, 모든 전시에 관람료를 받지 않고 있다. 게다가 미술관 옆 진입로나 미술관 앞의 공원과 길들이 아름답다. 덕수궁길을 따라 아름다운 전경이 보이고 날씨가 좋은 계절에는 조경과 조각품을 외부에서 보는 즐거움이 배가 된다. 꽃이 피고 달이 뜨는 계절에는 운이 좋으면 외부에 설치된 스피커로 음악도 들을 수 있고, 주변에 오래된 맛집이 군데군데 있어 마음을 나누는 친지들과 함께하면 식도락을 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미술관 정문으로 들어가 로비에 서면 유리창을 통한 채광이 좋다. 하늘을 볼 수 있기도 하기에 2층과 3층을 오르 내리는 나무 계단에서 사람들이 작품과 하늘과 야외를 번갈아 사진 찍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현재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는 상시 전시로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 천경자 화백의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전시되고 있는 프로그램은 모두를 위한 예술 프로그램 , 박광진, 김인순 컬렉션, 김성환 개인전, 천경자 탄생 100주년 기념 까지 다섯개의 프로그램과 야외조각 전시가 있다.
▲ 천경자 천경자 화백은 사람, 꽃, 여인, 여행에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유명 연예인인 마돈나의 머리에 다채로운 색깔의꽃을 그린 그림입니다. 1990년 작품.ⓒ 노태헌(사진)
천경자 화백의 상시 전시가 있음에도 미술관 안이 생각보다 붐비지 않아 전시를 하는 공간이 더욱 넓직하게 보인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이라 그런지 상업성이나 시대의 모던한 분위기보다는 시민들의 이용 접근성에 더 비중을 둔 것 같다. 하지만 전시하고 있는 그림이나 사진, 작품 하나하나와 조우하게 되면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힘이 마음을 감싸기 시작한다. 본질을 잡아 표현한 작품들에는 메세지와 울림이 있다. 예술성을 인정 받은 여부와 상관없이 감상은 각자 개인의 몫이다. 음악이 귀로 들어 마음에 들면 개인적으로 좋은 기호를 가지듯 그림도 이렇게 접근하면 작품과 나 사이의 벽을 허물게 해준다. 그게 주제던 색감이던 구도던 느낌이던 상관없이 나의 깊은 곳과 마주하게 두는 방법을 추천한다.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각 전시를 간략하게 소개한다.
모두를 위한 예술 프로그램
▲ 기획 의도의 한 장면 미술관이라는 접근성.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를 넘는 접근성. 감각에 대한 직접성에 대하여 설명을 해줍니다.ⓒ 노태헌(사진)
참여 예술가인 다이애나랩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미술관 직원과 관람객을 대상으로 접근성 워크숍을 진행하며 관람 환경 및 서비스 제공 개선 방안을 함께 고민했다. 그리고 미술관이라는 공간에 소수자에 대한 접근성 전시를 기획한다. 누군가에게 미술관이라는 공간은 평생 단 한 번도 방문해 본 적이 없는 곳이거나, 찾아가는데 너무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곳일 수 있고, 찾아가는데 성공한다고 해도 어떤 전시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어 입구에서부터 들어가기 망설여지기도 한다.
‘왜 미술관에 어떤 존재들은 들어올 수 없을까?’, ‘접근성 확대를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라는 질문을 따라가다 ‘비장애인 중심주의’를 중심 주제로 삼고 이 문제의 근원이 어디를 향해 있는지? 우리가 어떤 세계에서 어떤 방식을 강요하거나 강요받으며 살고 있는지? 우리는 ‘우리’의 경계를 어디까지로 생각하는지? 라고 진지하게 묻는 과정에 이른다.
박광진
자연의 속삭임이 화폭의 울림으로 다가온다. 박광진은 우리나라 구상 회화사의 발전과 전개에 중추적 역할을 한 작가다. 1935년생으로 아카데미즘의 초석을 다진 목우회(木友會)의 창립회원으로 활동했다. 초기에는 사실적인 화풍과 섬세한 묘사로 알려졌고 이천년대 이후 완숙기에는 그 단계를 뛰어넘어 기하학적 요소를 결합하여 독특한 작품 세계를 표현한다. 전시는 탐색, 풍경의 발견, 사계의 빛, 자연의 소리라는 네 개의 세부 주제를 보여준다. 2010년 이후 단색화의 열기로 인해 추상화가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분위기에 최근 AI 기술을 활용한 회화의 예술성이 논란이 되는 오늘날, 우리 구상회화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라는 물음은 사뭇 무겁게 느껴진다. 이러한 시기에 구순(九旬)을 목전에 둔 화가의 행보는 우리에게 속삭임을 넘어 깊은 울림을 준다.
김인순 컬렉션
▲ 김인순 여성의 깊은 내면을 보여주는 김인순 작가의 뿌리 입니다. 그 주제에 깊은 공감을 가져 봅니다.ⓒ 노태헌(사진)
작가 김인순(金仁順, 1941? )은 한국 여성주의 미술가이다. 사회를 반영하는 현실주의 미학과 현실주의 태도를 중요하게 여겨오면서, 한국 여성의 사회적 현실을 예술로 표현했다. 작가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건강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여성의 시대적 가치를 탐색했다. 더욱이 여성이 가진 긍정의 힘과 생명성을 중요하게 여기며 한국의 자생적 여성미술을 구축하고자 했다.
‘모성’을 중요하게 여긴 작가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생명을 낳고 길러내는 여성의 존재를 ‘뿌리’에 비유한다. 여성민중의 계급 현실을 비롯한 노동과 육아에 관심을 뒀고, 노동미술위원회를 구성해 노동자의 삶을 공감하는 회화를 제작했다.
김성환 개인전
▲ 서울시립미술관 흰 벽면에 그려진 태극기 서울 시립미술관 흰벽에 검은색 으로 태극기를 그려 놓았다. 한 민족, 하나를 상징하는 깃발. 바람에 언제까지나 날리기를 바라며ⓒ 노태헌(사진)
다음은 작가의 말이다. “타인이 웃는 모습은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우는 모습은 그렇지 않기에 더욱 강렬하게 다가 옵니다. 타인이 우는 모습을 목격할 때, 그의 삶이 나의 삶과는 다르다는 아주 당연한 사실을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전시 역시 일상 혹은 이미 알고 있던 것들을 다르게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이와 유사합니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타인(창작자)의 생각과 시선으로 만들어진 세계로 진입하게 됩니다. 작가가 구축한 세계에 나의 몸과 생각의 축을 들여놓음으로써 새로운 감각과 사유를 만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과정에서 각자의 세계를 조망하고, 조정하고, 다시 세울 수도 있습니다. 전시는 우리의 사고와 앎에 관여하는 주요한 매체이고, 그 경험은 저마다 다릅니다. 이론가이자 큐레이터인 이릿 로고프는 이러한 속성을 빗대어 전시를 “앎의 사건”이 일어나는 장이라 말했습니다.”
김성환 작가의 개인전 는 그러한 ‘앎의 사건’이 일어나고, 확산되고, 실천되는 현장의 목격자이자 행위자로 관객을 초대한다. 이민자들의 삶, 특히 20세기 초 ‘하와이’는 한국인들의 이민을 간 구체적 지리적 장소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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