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가정법원. /뉴스1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제조 허가·인증 없이 혈액 활용 암 진단 검사 프로그램을 개발·판매한 업체에 대한 판매 중지·폐기 명령 처분이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순열)는 바이오 연구개발·제조판매기업 A 사가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처를 상대로 “체외진단 의료기기 판매 중지, 폐기 명령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 사는 혈액의 단백질 표지자를 측정해 폐암·간암 등 8종의 암에 대한 위험도 등 진단 정보를 제공하는 암 진단 검사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그러나 식약처는 A 사의 소프트웨어가 체외진단 의료기기에 해당하는데도 체외진단의료기기법에 따른 제조 허가·인증을 받지 않았다면서 지난 2023년 5월 판매 중지, 폐기 명령했다.
A 사는 이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재판부는 먼저 식약처가 사전 통지·의견 청취 없이 판매 중지·폐기 명령을 한 데 절차적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급박한 위해를 방지·제거하기 위해 해당 처분을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A 사 프로그램은 분석결과에 대한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아 수검자가 적시에 암 치료·예방의 기회를 놓치게 될 위험성이 있다”며 “해당 프로그램이 매월 1000명 정도의 수검자를 대상으로 한 암 위험도 검사에 사용되고 있어 위험성을 과소평가할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해당 프로그램이 암 위험도를 진단하는 보조적인 기능만 수행할 뿐 체외진단 의료기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A 사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 사 프로그램은 생리학·병리학적 상태를 진단하거나 질병의 소인을 판단하기 위한 성능·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객관적으로 그런 성능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대외적으로 표방한 프로그램 사용 목적·효과·설명이 위와 같아 체외진단 의료기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프로그램이 암을 확정적으로 진단하는 소프트웨어는 아니더라도 그 분석 결과가 의사 진단에 핵심적 영향을 미치고 있고 검사를 이용한 국민들도 이와 같이 이해했을 가능성이 다분하다”며 “프로그램 유통·사용을 원천 차단하려 한 식약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