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숨진 8살 학생이 이송된 대학병원 응급실. 대전=뉴스1
전날인 10일 오후 대전에서 초등학생이 학교에서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해당 교사는 지난 6일에도 문제 행동을 보여 교육청에 신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대전경찰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쯤 대전 서구 관저동의 한 초등학교 2층 시청각실에서 흉기에 찔린 A(8)양과 같은 학교 여교사 B(40대)씨가 발견됐다. 경찰은 같은 날 오후 5시18분쯤 ‘아이가 사라졌다’는 부모의 신고를 받고 학교에 출동했다 의식이 없는 A양을 발견, 병원으로 긴급 이송했지만 숨졌다.
이날 경찰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A씨는 우울증을 앓았고, 당초 휴직을 했다가 지난해 12월 말 복직한 교사로 알려졌다.
이런 A씨는 앞서 지난 6일에도 학교 내에서 문제행동을 일으킨 것으로 전해졌다.
어두운 곳에 앉아 있는 A씨에게 동료교사가 다가가 왜 그러냐고 묻자 A씨가 동료 교사를 위협하는 행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를 당한 동료교사가 이 사실을 학교 측에 알렸고, 다음날 대전시교육청에도 A씨에 대한 행동이 보고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교육청과 학교 측에서는 A씨를 수업을 맡기지 않는 등의 조치만 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A양은 돌봄 수업을 마친 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에 따르면 아이의 몸 왼쪽에 다 칼자국이 나 있을 만큼 발견 당시 상태가 심각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목과 팔이 흉기에 찔린 B씨는 의식이 있는 상태로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B씨가 범행 후 자해한 것으로 보고 사건 발생 직후 해당 교사를 용의자로 두고 수사를 벌여왔다.
B씨는 병원으로 이송된 뒤 경찰에 “내가 흉기를 휘둘렀다”고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고에서는 흉기인 칼도 발견됐다.
숨진 학생은 학원에 가기 전 평소 오후 4시40분까지 학교에서 돌봄 수업을 들었다. 시청각실에는 방범 카메라가 설치돼 있지 않았고 목격자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학원에 아이가 오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은 부모가 오후 5시18분쯤 실종신고를 했고, 학교 측에서도 오후 5시50분쯤 건물 2층 시청각실에 사람이 갇혔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A양 가족들은 전날 밤 대전 건양대병원 응급실에서 취재진 질문에 “믿을 수 없다” “이게 말이 되느냐”는 말만 되풀이했다. 일부 가족은 학교 측 관계자들에게 “애 하나 지키지 못했는데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고 소리치기도 했다.
살인 사건이 발생한 시청각실 창고 문을 처음 연 건 경찰과 함께 A양을 찾아 나선 A양의 친할머니였다. A양의 친할머니는 “시청각실 창고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깜깜한 장소에 어떤 성인 여성(B씨)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고, 주변에 손녀의 가방과 물통이 있었다”면서 “바닥에 피가 흥건했다”고 말했다.
경찰과 가족들이 시청각실로 몰려오는 사이 B씨는 창고 문을 잠갔고, 경찰이 문을 부수고 들어가 A양과 B씨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씨가 왜 A양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는지 조사 중이다. 경찰은 B씨가 건강을 회복하는 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대전교육청은 사건이 벌어진 해당 초등학교에 대해 긴급 휴업을 결정했다. 해당 학교는 겨울방학을 마치고 지난주 개학해 학사 일정을 진행해왔다. 예정대로라면 오는 14일 봄방학에 들어간다.
이동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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