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주박물관 전경. 경주박물관 제공
‘2025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공식 만찬장이 국립경주박물관으로 사실상 결정됐다.
경상북도와 경주시는 만찬장을 APEC 정상회의를 기념할 수 있는 건축물이나 구조물로 조성해 APEC 기념물이자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회는 지난 10일 정상회의 공식 만찬장을 국립경주박물관으로 잠정 결정했다.
APEC 회원국 정상이 참석하는 국빈 공식만찬은 ‘정상회의의 꽃’이자 가장 중요한 공식행사로 여겨진다.
여러 국가의 정상들이 다양한 주제로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고, 경주선언을 발표하는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부산 APEC 당시에는 누리마루에서 만찬이 열려 큰 주목을 받았다.
국립경주박물관 가을 전경.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국립경주박물관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박물관으로 신라 금관과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을 비롯한 8만여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고, 이 중 3천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이 중 국보만 13점, 보물은 30점에 달한다.
준비위는 경주박물관이 APEC 회원국 정상들에게 한국의 전통문화와 수준 높은 유산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곳에서는 전통 유물과 현대 미디어아트를 결합한 독창적인 연출이 가능하고, 박물관 건물을 활용해 다양한 행사도 준비할 수 있다.
당초 경주시는 신라 전통미와 역사성을 갖춘 월정교를 만찬장 후보지로 제안했지만 목조 구조물의 안전성과 대규모 인원을 수용하기 위한 인프라 부족으로 후보에서 제외했다.
이후 경주박물관을 비롯해 첨성대와 대릉원 등이 있는 동부사적지 일원, 우양미술관, 동궁과 월지, 황룡사지 9층 목탑을 재현한 황룡원 등 5곳을 검토해왔다.
하지만 동부사적지 일원과 동궁과 월지는 문화재 훼손 우려와 유물발굴조사로 인한 건축물 조성의 어려움 등으로 후보에서 제외했고, 우양미술관과 황룡원 등은 시설 규모가 적어 만찬장으로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경주박물관에 있는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 경주박물관 제공
경북도와 경주시는 공식 만찬장이 사실상 결정됨에 따라 기본계획을 마련한 뒤,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특히 박물관 야외 공간 6천여㎡ 중 2천여㎡에 파빌리온(pavilion-박람회나 전시장에서 특별한 목적을 위해 임시로 만든 건물)을 설치해 8월쯤에는 공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이어 APEC 정상회의가 끝나면 만찬장을 영구 보존할 수 있도록 시설을 추가 건립해 경주 정상회의를 기념하는 기념물이자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APEC 준비지원단 관계자는 “다음주 열리는 준비위원회 회의에서 만찬장이 최종 확정되면 속도감 있게 관련 시설 조성에 나서고, 세계적 수준의 시설을 만들어 정상회의가 끝난 뒤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광컨텐츠로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