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APEC, 흔들림 없이 단디(’제대로’란 의미의 경상도 방언) 준비하겠습니다.”
지난달 30일 오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 회의 주 회의장인 경주 화백 컨벤션센터. ‘APEC 2025 KOREA 경주 포럼’에 외교부, 한국APEC학회, 경북도, 경주시 등 관계자 150여명이 모여 성공을 기원하는 손팻말을 흔들어 보였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경주 APEC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APEC 정상회의 주 회의장인 경주 화백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PEC 2025 KOREA 경주 포럼’에서 이철우(왼쪽에서 일곱째) 경북도지사 등 내외빈 150여명이 APEC 정상회의의 성공을 기원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동환 기자
경북도는 2005년 부산에 이어 20년 만에 국제 행사인 APEC 정상 회의를 유치했다. 올해 10월 말 경주에서 진행되는 회의에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 등 21국 정상이 참석할 예정이다.
포럼에선 패널들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기조강연에 나선 유장희 한국APEC학회 명예회장은 “인공지능(AI)의 범용 전략에 관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APEC 회원국 간의 괴리가 크다”며 “APEC 지식포럼(Knowledge Forum)을 설립해 이런 격차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을 찾아가자”고 제안했다.
APEC 주요 시설 준비 일정도 일부 공개됐다. 경북도에 따르면 각국 정상들이 사용할 숙소는 올해 8월 중 ·보수를 마칠 예정이고 경주 화백 컨벤션센터 내 정상회의장 조성 공사도 9월쯤 완료할 계획이다.
올해 10월 말 경주에서 제32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APEC 정상회의는 대한민국 위상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의 틀을 마련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은 대한민국 1호 관광단지인 경주 보문관광단지 전경. /경북도 제공
경북도는 올해 초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에 정상 회의 예산이 추가로 반영되게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정부, 경제단체, 전문가, 시도민과 긴밀히 협력해 APEC 정상 회의를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APEC이 선택한 경주…경북도·경주시 행사 준비 ‘착착’
올해 10월 말이면 세계 21국 정상과 기업 총수 등이 APEC이 열리는 경주를 찾는다. 경북도 추산 방문객만 2만여 명이다. 이번 APEC 개최로 경주가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세계적인 도시로 탈바꿈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경북도는 보고있다.
APEC 정상회의는 단순한 국제행사가 아니다. 전 세계 GDP의 62.2%, 총교역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중국·일본·러시아 4대 강국 등 태평양 연안 21국 국가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경제협력체 회의다. 전 세계를 주도하는 국가와 기업들이 모이는 만큼 경북도와 경주시는 APEC 개최를 통해 경제적 성장을 위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등 500대 글로벌 기업 CEO 초청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만큼 APEC 준비도 차질 없이 이뤄지고 있다. 경주는 세계 각국 정상과 주요 인사들이 찾는 정상회의 등 주요 행사가 열리는 곳에서 숙박, 전시장 등이 근거리에 위치해 있다. APEC 정상회의 제1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와 제2회의장인 육부촌이 3분 이내에 위치해 있다. 또 APEC 제1회의장 3㎞ 이내 숙박이 가능한 객실만 4463실이 있다. 10㎞ 이내까지 확대하면 1만2812실을 확보할 수 있어 각국 대표단 및 참가단 수용이 가능하다. 여기에다 인근 도시인 대구에 4성급 이상(1470실), 포항 3성급(240실), 울산 3성급 이상(2000실)의 숙박시설이 있다.
각국 정상들이 묵을 정상용 숙소(Presidential Suite)도 12개 호텔에서 35객실이 준비 중이다. 주변엔 불국사, 첨성대 등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 해도 손색없을 만큼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품은 문화적 특징을 갖고 있다. 이를 반영해 경북도는 경주엑스포대공원에 대한 대대적인 공사를 통해 APEC 기간 각국 손님들이 한류문화와 경북도가 가진 전통문화 체험장을 운영할 예정이다.
APEC 개최로 경북도와 경주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북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9720억원의 생산 유발과 4654억원의 부가가치, 7908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측했다. APEC 개최에 따른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역대 APEC 개최도시들의 경우 2002년 개최지인 멕시코 로스카보스는 인구 7만 도시가 정상회의 개최 후 34만 관광도시로 성장했다. 1500년 전 세계 4대 문화도시였던 경주가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우뚝 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경주 APEC 정상회의는 신라 삼국통일 이후 경북도에서 열리는 가장 큰 이벤트다. 최근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에서도 경북도와 경주시는 성공적인 APEC 정상회의 개최를 위해 일정별 로드맵에 따라 세부 추진 상황을 점검하는 등 성공 개최를 위한 준비에 분주하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APEC 정상회의 개최에 필수적인 국비 예산 1716억원을 확보했다. 행사운영비와 정상회의장 리모델링, 미디어센터 건립, 전시장 및 만찬장 조성비 등을 위한 것이다.
다만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회의 준비에 비상이 걸렸다. 의장국 대통령이 탄핵 소추된 상황인 데다가, 경북도가 요청한 예산 3732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716억원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탓이다. 경북도는 추경을 통해 숙박시설 정비 행사장, 야간경관 개선, APEC 기념공원과 기념관 건립 등에 필요한 최대 2000억원 규모 국비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김상철APEC준비지원단장은 “경주 APEC 정상회의 지원 특별법이 지난해 11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이 행사 지원의 법적·제도적 근거도 마련됐다”며 “경주 APEC은 전혀 문제될게 없게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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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광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