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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인 필자가 e스포츠와 게임 산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게임을 좋아하는 사춘기 아들과 공통 관심사를 갖고 싶어서였다.
그렇게 시작된 e스포츠와의 인연은 작년 대학생이 된 아들과 함께 경주에서 열린 2024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온스 코리아(LCK) 서머 결승전 직관을 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새벽 SRT를 타고 간 경주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요즘 가장 핫하다는 황리단길이었다. 젊은 관광객들이 전통과 현대의 감각이 세련되면서도 친근하게 조화된 맛집, 카페, 상점들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맛있는 솥밥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한옥 카페에서의 커피 한잔 후 LCK 주최측이 운영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e스포츠 경기장인 경주체육관으로 향했다.
사실 필자는 황리단길을 즐긴 시간이 너무 짧아 못내 아쉬웠는데, 막상 팬페스타에 가 보니 발걸음을 재촉했던 아들의 판단이 백번 옳았다. 경기장 옆에 마련된 팬페스타 현장은 경기 입장권이 없이 누구나 참가할 수 있었는데, 경주시에서 마련한 무대공연, 각종 코스튬 플레이, LCK 공식 파트너사들이 마련한 부스 행사 등을 즐기는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대회기간 동안 현장을 방문한 인원 수가 3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필자도 게임 캐릭터 모자를 사서 쓰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팬페스타를 즐기다 경기장에 입장했다. 이날 결승전에는 한화생명이 종전의 ‘ROX타이거’ 시절 이후 8년만에, 창단 이래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하고, 젠지는 5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빅매치였다. 결국 한화생명이 3대 2로 이겨서 우승했다. 엎치락 뒤치락 번갈아 한 세트씩 이겨나가던 한화생명과 젠지를 응원하는 양쪽 팬들의 함성과 탄성, 눈물로 가득했던 이 날의 몇 시간은 앞으로도 쉽게 잊지 못할 것 같다. 도저히 중간에 자리를 뜰 수 없어 미리 예매한 좋은 시간대의 기차는 놓치고, 뒤늦게 잡은 기차표로 새벽 1시가 넘어 귀가했다. 매우 피곤했지만, 필자는 입장권만 구할 수 있다면, 다음에도 LCK 결승전을 꼭 갈 생각이다.
이후 알게 된 사우디아라비아의 e스포츠 장려 정책은 필자에게 작년의 LCK 결승전 직관의 기억을 상기시켰다. 사우디는 중장기 발전 전략인 비전2030을 수립하면서 향후 사우디를 e스포츠 산업의 글로벌 허브로 부상시키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e스포츠 산업의 성장을 도모하여 2030년까지 프로게이머, 이벤트 주최자, 마케팅 전문가, 게임 개발자 등 약 3만9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관련 산업의 성장을 촉진하겠다고 한다.
2022년에는 경쟁력 있고 매력적인 e스포츠 생태계 개발을 목표로 ‘국가 게임 및 e스포츠 부문 전략’을 도입했고, 이는 인재 개발, 인프라 투자, 국제 파트너십 등에 힘쓰고 있다. 지난 해 열린 사우디의 e스포츠 월드컵(EWC)에는 총 상금 약 6000만 달러(약 860억 원)를 내걸었다. 8주의 대회 기간 200만명 이상이 개최지인 사우디의 리야드를 방문하고 5억명이 넘는 팬들이 2억 5000만 시간 이상 대회를 시청했다.
지난해 LCK 결승전 참여를 통해 e스포츠 직관의 매력을 생생하게 체험하고, 관람객들의 참여가 국가/지역 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력을 가늠해볼 수 있었던 필자로서는 사우디의 위와 같은 정책 수립과 실행이 매우 부럽다. 우리도 e스포츠 종주국의 위상에 걸맞게 e스포츠 산업의 발전을 위한 국가적 정책을 수립이 절실하다. 특히, e스포츠의 지역연고제 도입과 함께 그와 연계된 관광 인프라 확충, 이를 통한 각종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일자리 확대가 함께 도모된다면, 필자와 같은 e스포츠 팬도 더욱 신명 나게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임혜진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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