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꽃 모양으로 펼쳐진 주상절리
전망타워에서 내려다본 부채꽃 모양으로 펼쳐진 주상절리
경주 읍천해안의 갈매기들
솟아오른 주상절리
절기상 입춘이 지났지만 매서운 한파가 기승을 부립니다. 이른 봄기운을 만끽하러 떠난 경주 바닷가마을이지만 방파제에 부딪히는 파도의 기세가 대단합니다. 파도의 힘에 밀려 잘게 부서진 자갈들이 해안가 물속에서 이리저리 요동을 칩니다. 파도가 넘실 춤을 춘 자리에 불끈 솟은 오른 기기묘묘한 주상절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부채꼴 모양으로 피어나 ‘동해의 꽃’ 으로 불리는 경주 주상절리입니다. 주상절리를 따라 이어진 ‘파도소리길’은 천천히 다가오는 봄의 기운을 만끽하기 좋은 곳입니다. 길은 경주시 양남면의 읍천항과 하서항 사이 1.7km를 연결합니다. 두 시작 지점 중 어느 쪽에서 출발해도 상관없습니다. 길을 걸으면서 출렁다리와 부채꼴 주상절리, 조망타워, 몽돌해변, 기울거나 누워 있는 주상절리 등을 만날 수 있습니다.
경주시 읍천리 일대는 10여년 전만 해도 여행자들의 발길이 드문 곳이었다. 경주가 바다를 끼고 있긴 하지만,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관광지와 명소들이 경주시내에 몰려 있는 탓에 여간해서는 여기까지 오지 않는다. 동해안 쪽을 찾는 이들도 감은사지며 문무대왕릉 정도만 보고 돌아가는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10여년 전 부터 외지인들의 발길을 끌어 당기는 것이 생겼다. 바로 전망타워와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이다.
2017년 개장한 전망타워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누적 방문객 214만 3445명을 기록했다. 특히 전망대와 함께 ‘파도소리길’을 방문한 관광객 39만여 명까지 포함하면, 지난해에만 68만 명이 주상절리를 찾은 셈이다. 외진곳이 명실상부 해양관광 명소로 우뚝 자리 잡은 셈이다.
주상절리 파도소리길 안내판
바다위 걷는 재미가 쏠쏠한 출렁다리
읍천항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조금만 걸으면 먼저 출렁다리를 만나게 된다. ‘흔들다리’가 아닌 ‘출렁’이는 출렁다리다. 바다 위에 떠 있는 길답게 다리 위에 서면 파도처럼 굽이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생각보다 역동적인 움직임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마음을 살짝 졸일 것이다. 출렁임에 익숙해졌다면 일정하게 들려오는 파도 가락에 맞춰 다리를 조금씩 흔들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자유롭게 다리를 일렁이면 마치 두 발로 파도 위를 걷듯이 바다와 하나가 된 기분이다.
길을 따라 조망타워로 향해 간다. 길 왼쪽으로 더 넓은 동해바다와 주상절리들이 반긴다. 주상절리는 화산에서 분출된 용암이 지표면에 닿아 식는 과정에서 수축작용으로 균열을 일으켜 다각형 기둥 모양의 절리(나란한 결)를 만들어낸다. 파도소리길에서는 다양한 모양의 주상절리를 발견할 수 있다. 부채처럼 펼쳐진 모양이 있는가 하면 마른 장작을 쌓아놓은 듯 가지런히 ‘누워 있는’ 것도 있고, 육각형 연필처럼 응고된 결정체들이 한껏 기운 ‘기울어진’것도 있다.
해안에선 가장 높게 솟은 주상절리 조망타워는 바다를 알록달록 물들여주는 친구다. 낮에는 해안 절경을 둘러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밤에는 오색찬란한 조명을 밝혀주는 든든한 지킴이 역할을 한다.
파도소리길을 따라 가다보면 전망타워가 우뚝 서 있다
타워에 올라서자 사방으로 펼쳐진 부채꽃 주상절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보통 주상절리는 제주의 갯깍해안에서 보듯 육각, 혹은 사각의 기둥이 수직으로 서 있는 게 보통이다. 간혹 옆으로 누워 있는 것도 있지만 이렇게 부챗살이나 꽃송이처럼 둥글게 펼쳐진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
한 송이 해국을 닮아 있어 ‘동해의 꽃’이라는 별칭을 얻은 주상절리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이기에 학술적 의미는 물론 자연적인 측면에서도 가치가 높다.
꽃송이처럼 누워 있는 주상절리 위로 동해의 거친 파도가 넘실거리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모든 시름이 씻어지는 듯 하다.
세계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부채꼴 모양으로 누워있는 주상절리
타워를 나와 몽돌해변으로 간다. 몽돌해변은 단조로울 수 있는 산책길에 재미를 더하는 요소다. 모나지 않고 둥근 모양의 돌들이 옹기종기 모여 여행자를 기다린다. 평평한 산책로에서 벗어나 동글동글한 자갈도 한번 밟아보자.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잘박거리며 굴러다니는 몽돌의 소리를 더욱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다.
파도에 실려오는 바람에 봄기운이 묻어나는 듯 하다. 파도소리길이란 이름만큼이나 풍성하게 부서지는 파도의 인기척.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가 우윳빛 거품을 일으키며 경쾌한 음악을 연주한다. 언제 들어도 친근한 물소리 때문일까. 자장가처럼 익숙한 리듬이 울려 퍼지니 근심들이 어느새 작게 조각나 쓸려가는 파도를 따라 흩어진다.
주상절리 파도소리길, 저 길끝에 하서항이 있다
경주 읍천 해안에서 한 사람이 낚시를 하고 있다
나무 계단, 흙길, 몽돌 해안길이 섞인 파도소리길 곳곳에는 쉬어 가기 좋은 벤치와 정자, 포토 존이 설치되어 있다. 해가 지면 경관 조명이 들어와 야간에도 이용할 수 있다. 한 시간가량 해안가를 따라 주상절리길을 걷고 나면귓전에 남은 해조음과 포말의 화음이 마치 꿈결 같다.
파도소리길 지척에는 경주 동해권을 여행할 때 빼놓아선 안 될 곳이 있다. 통일신라 삼층 석탑의 시원(始原)이 된 경주 감은사지 동ㆍ서 삼층석탑(국보 112호), 문무대왕릉(사적 158호)이다.
읍천의 북쪽에는 문무대왕릉과 감은사지 석탑이 서 있다. 우현 고유섭 선생이 ‘나의 잊히지 못하는 바다’와 ‘경주 기행의 일절’에서 꼭 찾아 보라고 한 문무대왕릉이다. 봉길해변에서는 문무대왕릉을 더 가까이 볼 수 있다. 해변에서 불과 200m 앞에 닿을 듯한 바위섬이 문무왕의 수중릉이다. “내가 죽은 뒤 용이 되어 불법을 받들고 나라의 평화를 지킬 터이니 나의 유해를 동해에 장사 지내라”는 유언에 따라 왕의 시신을 화장해 장사 지내고, 그 바위를 대왕암이라 불렀다. 또 감은사지에 힘차게 서 있는 두 기의 석탑도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경주 봉길해변에서 바라본 문무왕수중릉
봉길해변에서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새우깡을 먹기 위해 몰려든 갈매기들
◇여행메모
△가는길=수도권에서 가면 경부고속도로 경주 IC를 나와 서라벌대로 지나 보문관광단지 방면. 보문에서 추령터널, 감은사지, 문무대왕릉을 지나 읍천항방면 주상절리로 가면 된다.
경주=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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