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분위기 속 통합 논리적 판단 부재
지방시대위 방문에 반대 시위 격화…통합 효과 유불리 토론 불성립
최근 여론조사 결과와 완주정치권 반응 상반, 실제 민의 실종
완주·전주 통합 반대대책위 관계자들이 10일 완주군 완주군의회 앞에서 통합에 반대하며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독자 제공
완주-전주 행정통합 논의가 통합에 따른 효과와 부작용을 따지기보단 불필요한 감정적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문제는 지역 최대 현안에 대한 시·군 지역정치권의 이 같은 태도가 고착화하면서 정부는 물론 국회까지 전북의 난제에 대해 방관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12일 지방시대위원회와 전북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는 지난 10일 완주군을 방문해 통합에 대한 지역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마련했으나, 통합 반대 측의 강경 시위와 감정적 대응으로 논의가 본래 취지를 벗어나 혼선만 초래했다. 특히 반대 여론을 부각하기 위해 특정 단체의 조사 결과가 객관적 여론조사처럼 활용되면서 정부와 전북자치도까지 혼란에 빠뜨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지방시대위원회는 통합 찬반 단체 간 논리를 정리하기 위한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완주군 정치권과 반대 단체가 이를 깨고 대규모 시위를 벌이면서 예상치 못한 혼란이 가중됐다. 지방시대위는 지역 의견을 수렴한 후 행정안전부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감정적 대립이 격화되면서 논리적 정리가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간 대립으로 행정통합에 대한 찬반 논리와 배경은 아예 논의에서 사라졌다는 게 이날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반대 측은 “완주군민 절대 다수가 통합을 반대한다”며 “최근 조사에서 완주군민의 66%가 통합을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당 조사는 통합 찬성 단체인 완주전주통합청장년추진위원회가 지난해 7월 반대 여론을 분석하기 위해 진행한 것으로 애초부터 반대 측 의견을 묻기 위해 설계된 설문조사였다.
실제 해당 조사는 반대 의견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 주민 231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표본 대표성 확보나 가중치 적용 없이 이뤄진 만큼 여론조사로 보기 어렵다는 게 조사를 추진한 측의 설명이다. 해당 단체 대표는 전북일보와의 통화에서 “반대 의견을 듣기 위한 대면 설문이었을 뿐 찬반 비율을 측정하기 위한 조사가 아니었다”며 “완주군이 조사 목적을 왜곡해 언론에 배포하면서 사실과 다른 내용이 지역에 퍼져 안타깝다”고 밝혔다.
반면 다른 여론조사 결과는 완주군 정치권의 주장과 상반되고 있다는 점도 논의에 추가해야 할 요인이다.
지난해 KBS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주·완주 행정통합 찬성 응답이 72%로 반대(20%)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전주에서는 찬성이 84%에 달했으며 완주를 포함한 동부권에서도 60%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통합 논의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응답이 68%에 달해 통합 논의가 정치적 문제로 변질되고 있다는 인식도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표본 1000명, 조사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
이처럼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되면서 통합 논의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는 만큼 주민투표 이전에 객관적인 민의를 충분히 반영할 공론화 과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지방시대위원회는 완주군 방문 이후 전북자치도청을 찾아 간담회를 열고 지역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공론의 장 마련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 관계자는 “대화를 시도하려 해도 반대 기조가 워낙 완강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주민 의견을 최우선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완주군을 적극 방문하는 등 중재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