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 지난달 7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36년 하계 올림픽을 유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 전북특별자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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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원이 거수기냐” 반발
‘2036년 하계 올림픽’ 유치를 공식 선언한 전북특별자치도가 정작 대한체육회에 개최 신청서를 낸 뒤엔 대외 활동을 자제하는 모양새다. 전북 내에서도 “소통 부재” “밀실 행정” “주먹구구식 용역” 등 후폭풍이 거세자 공개 행보 대신 물밑 접촉을 통해 여론 흐름을 우호적으로 바꾸려는 ‘로키(low key) 대응’으로 선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북자치도는 1일 “지난달 12일 ‘2036년 하계 올림픽’ 국내 개최 도시 신청서를 대한체육회에 제출했다”며 “서류 심사를 거쳐 12월 말 또는 내년 1월 중 현지 실사 후 문화체육관광부·기획재정부 심사를 통해 2월 말 서울시와 전북(전주시) 중 개최지가 결정된다”고 밝혔다. 도는 전주시·부안군·무주군 등 도내 시·군과 협력해 대한체육회 현장 실사를 준비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체 도의원 40명 중 37명이 김관영 지사와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전북자치도의회조차 “도의원이 거수기냐”(장연국 도의원) 등 반발이 거세다. 전북도가 1년 6개월 전부터 올림픽을 추진하면서도 도의회와 협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88년 9월 17일 당시 노태우 대통령과 김옥숙 여사 내외가 제24회 서울올림픽 개회식에 참석, 사마란치 IOC위원장과 함께 관람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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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영 “충분히 소통하지 못했다” 사과
도는 전북에서 유일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김윤덕(전주갑) 의원과도 상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비판이 쏟아지자 김 지사는 지난달 20일 도의회를 찾아 “충분히 소통하지 못했다”며 “지난해부터 서울과 공동 개최를 추진했으나 결렬됐다. 전북을 중심으로 충청·전라권과 연계하는 단독 개최로 방향을 수정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고 사과했다.
김 지사는 최근 전주·서울에서 전북 출신 원로들을 잇달아 만나 “(올림픽 유치가) 전북 재도약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올림픽 유치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협조를 당부했다. 그러나 외부엔 해당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다.
도에 따르면 김 지사는 지난달 27일 낮 12시 여의도 식당 ‘운산’에서 김원기 전 국회의장과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강현욱 전 전북지사, 박종길 전 문체부 차관,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등 10여명을 만나 2시간 동안 대화했다. “참신한 아이디어다” “전북이 올림픽 유치를 신청할 거라고 누가 상상했겠나. 가능성 있다” “올림픽을 통해 전북이 하나가 될 것” “서울과 공동으로 개최하면 시너지가 클 것” 등 긍정적 반응이 대부분이었다고 이날 배석한 이정석 전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이 전했다.
김 지사는 같은 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를 면담, 올림픽을 전북 단독 개최 또는 서울과 공동 개최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지난달 23일엔 전주시 효자동 ‘만성한정식’에서 유성엽·장세환·이광철 전 국회의원과 윤석정 전북애향운동본부 총재(전북일보 사장), 양오봉 전북대 총장, 송현만 민주평통 전북부의장, 이남호 전북연구원장 등 원로 10여명을 만났다. 여기서도 김 지사에게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8월 19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참가 선수단 격려 간담회에서 사격 양지인, 펜싱 윤지수·전하영, 태권도 이다빈 등 메달리스트 등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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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 균형 발전…공동 개최 기대”
전북자치도는 내심 정부가 서울과 공동 개최를 조율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정석 국장은 “서울만 하기보다 K-컬처 뿌리인 전북과 공동 개최하는 게 정치적으로는 여야 협치, 국토 균형 발전 등 여러 가지 차원에서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올림픽 유치를 놓고 국내 두 도시끼리 경쟁하는 건 소모적”이란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 김관영 지사는 “이건 공적인 일이고, 도민 전체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며 “도지사가 함부로 양보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올림픽 공동 개최가 성사되면 개회식은 서울에서, 폐회식은 전주에서 하겠다는 게 전북자치도의 구상이다. 개최 종목은 태권도원이 있는 무주에서 태권도, 새만금 방조제(군산·김제·부안)를 중심으로 해양 스포츠 유치 등을 희망하고 있다.
전주=김준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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