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무너지면 전북 전체 휘청
거점도시 경쟁력 확보 전 세계적 추세
일본 중추도시 지정하고 지방소멸 대응
도시 기능 집약과 공공서비스 일자리 확충 핵심
전주의 정체성이자 그 한계가 된 전주한옥마을. 전북일보 자료사진
전주의 기능 축소로 전북 전체의 소멸위험이 가속하는 상황을 막으려면 압축·거점도시 전략이 필연적이라는 제언이 나오고 있다.
최근 통계청은 2028년을 정점으로 하여 전국인구가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을 발표했다. 전주 역시 예상보다 인구감소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전주 인구가 50만 명대가 눈앞에 왔다.
12일 다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방소멸은 우리나라만이 아닌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미국·독일과 같은 연방제 국가는 물론이고, 일본과 같은 국가에서도 이미 중추·중핵 도시를 지정해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에 대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충청연합, 부·울·경 메가시티 전략으로 수도권 일극화에 대응하고 있는데, 이들 지자체 연합의 특징은 부산, 울산, 창원, 대전, 세종, 청주와 같은 핵심도시가 사실상 설정돼 있다는 점이다.
같은 호남지역이라도 광주·전남의 경우 광주광역시가 전남까지 아우르는 거점도시로써 그 기능을 명확하게 하고 있으며, 대도시 광역 교통망 적용 역시 광주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전남 인구는 178만 명으로 173만 명 대인 전북보다 많다. 여기에 약 141만 명에 달하는 광주광역시 인구를 더하면 이들 인구는 전북의 2배 수준이다.
이 같은 결과는 전주가 실제론 전북 전체를 아우르는 거점도시임에도 정책적, 경제적으로 소외되면서 도내 인구가 전주를 거치지 않고, 수도권이나 다른 광역시로 직행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한국지역사회학회가 발간한 논문인 ‘지역소멸의 요인 분석과 정책적 함의(김재훈)’에 따르면 중소도시는 농촌에 시장과 지식 및 정보를 전달하고 농촌에서 도시로, 대도시에서 농촌으로 인구 이동의 중간거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이들 도시는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어서 다 함께 소멸위기 지역으로 전락하고 있다. 다른 연구 역시 균형발전정책이 계속됨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인구집중은 계속되는 이유를 거점도시의 약화에서 찾았다.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역에서 서울로 오는 이유는 강력한 규모의 경제가 작동해서다. 대한민국에서 도시와 아파트로 사람들이 몰려든다는 사실이 규모의 경제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라며 “하지만 지역 발전의 열쇠 또한 규모의 경제에서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주변 10㎞ 이내에 아무도 살지 않는 외진 농촌 마을에 주민 10여 명이 사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면서 일본의 도야마시에서 시작해 큰 성과를 낸 ‘압축도시(compact city) 전략’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문윤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청년들은 더 좋은 조건을 제공하는 수도권 일자리를 원한다. 그에 반해 비수도권 기업들은 인력난을 호소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산업분화는 수도권 쏠림의 근본 원인”이라면서 “지방에 거점도시(cognitive hub)를 조성해 혁신을 도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학력·고숙련 일자리들은 함께 모여 있을수록 생산성이 높은 경향이 있어, 거점도시 기능을 집약해야 한다는 논리다.
KDI은 2018년에도 도시의 성장은 집적에 있다며 시장접근성을 고려한 거점도시 중심의 지역 발전 필요성을 이미 제시했다.
한국지역진흥연구원 이기배 연구기획실장은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는 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도시서비스의 효율적 제공이 중요한 과제”라며 “일본의 경우 최근 전국 82개 지자체를 ‘중추중핵도시’로 지정하면서, 새로운 국토공간구조 형성을 도모하고 있다”고 관련 사례를 설명했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6월 수도권 집중화 해결을 위해서는 거점도시 위주 개발 필수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거점도시가 무너지면 그 주변 지역까지 공멸할 수 있음에도 우리나라 균형발전 정책은 저개발 지역에 맞춰지면서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양극화 해소를 위해선 지방 대도시에 인프라 투자가 집중되는 게 효율적”이라면서 “우리나라의 공공 투자는 반대로 저개발 지역 발전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지방)대도시는 오히려 과소 투자됐다”고 꼬집었다.
한은은 그 이유로 우리나라 전체의 인구감소를 들었다. 인구 증가 시기에는 전 국토에 빠짐없이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과제였지만, 지금의 인구 감소세를 고려하면 소수의 거점도시에 투자를 집중하는 게 지역소멸을 막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라는 게 핵심 골자다.
정민수 한국은행 팀장은 “각 지역별 거점도시에 대규모 인프라 및 지식재산 투자 등을 통해 수도권 못지않은 광역경제권을 구축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법과 제도 개편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북정치권 관계자는 “전북의 경우 각 지역구 간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진짜 전북 생존 전략이 제시되지 못하고 전주가 낀 신세로 전락했다”면서 “전북 전체 관점에서의 전주 발전론을 제시하면 지역이기주의로 몰아가는 도내 정치인들의 행태부터 변화해야 한다. 자신의 임기가 끝나면 고향에서 살지도 않을 사람들이 지역의 미래를 진짜로 걱정하겠나”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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