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영선 도의원
“형~가능할까?”, “탄핵?”, “그거야 당근이고 2036년 전주 올림픽 개최 말이야.” 설날 저녁, 어머니 댁에서 MBC 손석희의 질문들 시청 중에 서울 사는 동생이 물었다. “국내 선정이 문제지, 일단 전주로 결정되면 나머지는 평창 동계올림픽처럼 국가적 아젠다니까 얼마든지 가능하지” 광주 사는 형의 답변이다. 윤석열 탄핵 토론이 전주올림픽 개최토론으로 변했다.
지난해 11월 도청 간부로부터 전주올림픽 개최 의향을 보고 받았다. 다수의 동료 도의원은 반신반의하고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필자를 비롯한 몇몇 의원들은 “프랑스는 파리 엑스포, 일본은 도쿄 올림픽, 대한민국은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라며 전북자치도의 용기를 옹호했다. 약소국과 변방의 살 길은 닥치고 도전하는 것 뿐이기 때문이다.
싸움의 승패는 전력보다는 명분이 좌우한다. 서울보다는 전주가 명분에 앞선다. 무엇보다도 지역균형발전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국토면적의 12%에 불과하지만, 인구의 절반이 몰려있고 1,000대 기업 86.9%가 집중되었다. 이런 지역의 불균형은 부의 신분사회를 초래했다. “모든 망국과 혁명의 근원은 불평등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경구다.
전주 올림픽은 이런 대한민국의 불치병을 일거에 치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전북자치도가 수도권, 영남권, 광역권과의 차별과 소외에서 벗어나 비약할 수 있는 천우신조다.
지역불균형은 대한민국만의 병폐가 아니다. 20C 후반 대두된 신자유주의는 부익부 빈익빈의 세계를 만들었다. 급기야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올림픽 아젠다 2020’ 혁신안으로 스포츠를 통한 평등세계를 지향하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선진국 수도 위주에서 벗어나 복수 도시 개최, 유적.‧명소 활용 등으로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모색했다.
그 계기가 2024년 파리 올림픽이다. 우리나라 대표팀이 5개 금메달을 땄던 양궁 경기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안치된 앵발리드 광장에서 펼쳐졌다. 승마경기는 루이 16세가 마리 앙트와네트 왕비와 최후를 보낸 베르사유 궁전에서 실시되었다. 압권은 에펠탑 앞의 비치발리볼 경기다. 주연(비치발리볼 선수)보다 조연(에펠탑)이 빛나는 장면이었다.
파리가 유럽 문화의 수도라면 전주는 아시아 문화의 전당이다. 후백제의 왕도이자 조선 왕조의 발상지로서 전라감영을 비롯한 한옥마을에서 펼쳐질 개막식은 파리 센강에 버금가는 아시아 문화의 진수로 돋보일 것이다. 세계유산의 보고, 고창 모양산성의 체조대회. 절개와 전의의 고을, 남원 광한루의 비치발리볼 경기. 태권도의 발상지, 무주 태권도원의 태권도 시합. 잼버리의 치욕과 기회의 땅, 새만금 일대의 수상경기. 동방의 옥토, 김제 지평선 마라톤 대회. 궁도의 고장, 정읍 한벽루의 양궁경기. 사격의 고을, 임실의 사격경기 등은 오래된 미래의 올림픽 무대가 아닐 수 없다.
“기회는 만들어지는 것이지 기다린다고 오는 게 아니다.” 사막의 기적을 일구어낸 두바이의 통치자인 셰이크 모하메드의 모토다. 맞다. 꿈을 꾸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 법이다.
‘슬픔은 사라지고 행복한 기대가 피어나네. 아, 만물은 웃음으로 다시 태어나네.’ 카라얀과 소프라노 캐슬린의 협연으로 빈필이 연주한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 왈츠를 들으며 마시는 커피가 달디 달다.
염영선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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