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청에서 6·25전쟁 참전 우방국 22곳에 대한 경의를 담아 광화문광장에 조성할 ‘감사의 정원’ 청사진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 광화문광장에 6·25전쟁 참전국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표하는 상징 공간인 ‘감사의 정원’이 들어선다. 22개 참전국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검은 화강암 돌보(洑)와 유리 브리지 등이 설치되고 밤에는 22개 빛기둥으로 어둠을 밝힌다. 논란이 된 100m 높이의 태극기 게양대 계획은 공식 철회됐다.
지상에 22개 돌보, 지하엔 미디어월
오세훈 서울시장은 3일 시청에서 ‘세종로공원 및 상징조형물 설계 공모’ 시상식을 열고 당선작인 ‘감사의 빛 22’를 포함한 감사의 정원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공모는 세종로공원과 광화문광장의 연결성을 높이는 랜드마크를 설치하기 위해 이뤄졌다. 접수된 31개 작품 중 삶것·프라우드건축사무소, 엘피스케이프의 공동 응모 작품인 ‘윗마루, 아랫마당, 추모공간: 22’가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오 시장은 “우방국 도움이 없었다면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와 번영은 결코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국가와 국민 정체성이 오롯이 담긴 광화문광장에 감사의 정원을 만들어 세계인에게 감동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감사의 정원은 지상·지하 두 공간으로 구성된다. 지상부에는 참전국을 상징하는 5.7~7m 높이의 22개 검은 화강암 돌보(조형물)와 보 사이의 유리 브리지 구조물 등이 설치된다. 조형물의 측면에 참전 국가별 고유 언어로 쓰인 글귀를 새겨 참전 용사의 희생을 기린다. 오 시장은 “6·25전쟁 75주년을 맞아 한국전쟁에 참전한 22개국에서 채굴한 검은 석재로 조형물을 만들어 상징성을 담아낼 것”이라고 했다. 지하부에는 22개 국가의 현지 모습을 영상 및 이미지로 확인할 수 있는 미디어월이 마련돼 참전국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공간으로 거듭난다. 특히 지상부의 유리 브리지에 스마트글라스를 내장해 지하에서 올려다보면 하나의 큰 미디어 스크린으로 작동하도록 설계한다.
오 시장은 4일엔 6·25전쟁 참전 22개국의 주한외교단을 초청해 감사의 정원 조성 사업 설명회를 열고, 미디어월 콘텐츠 운영 등도 협의한다.
공모 심사위원장을 맡은 신춘규 씨지에스건축사사무소 대표는 “폐쇄된 옛 주차 경사로를 활용해 상징 공간과 조형물을 조성한 점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시는 이달 당선자와 설계 계약을 맺고 감사의 정원 조형물은 오는 9월, 상징 공간 조성은 12월 준공할 계획이다.
108억원 투입해 연내 준공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공간 조성 계획의 핵심이던 대형 태극기 게양대 설치를 전면 철회했다.
시는 지난해 6월 25일 광화문광장에 보훈의 뜻을 담아 100m 높이의 태극기 게양대와 ‘꺼지지 않는 불꽃’ 등의 상징물을 설치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하지만 태극기가 너무 부각돼 국가주의를 떠올리게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게양대가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미학적 논란도 커졌다. 이에 시는 태극기 게양대 등 논란을 빚은 요소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하고, 지난해 9월 설계 공모를 냈다.
오 시장은 “(상징 공간의) 주인공은 역시 참전한 22개국의 장병이어서 태극기보다는 이들의 희생, 감사의 마음을 강조하는 게 의미를 더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며 “태극기를 지나치게 크게 설치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계획 변경에 따라 예산도 일부 조정됐다. 시에 따르면 감사의 정원 조형물과 상징 공간 조성에 약 108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유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