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오세훈 서울시장이 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미디어월 앞에서 열린 ‘세종로공원 및 상징조형물 설계공모 시상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에 국가주의 논란이 일었던 ‘100m 태극기 게양대’ 대신 6·25 전쟁 참전국을 기리는 상징조형물을 세우기로 했다. 다양한 목소리가 모이는 열린 광장에 상징공간을 조성하겠다는 ‘전체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3일 오전 시청에서 ‘세종로공원 및 상징조형물 설계 공모’ 시상식을 열고 6·25 전쟁 참전국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은 상징 공간인 ‘감사의 정원’ 조성계획을 밝혔다.
오 시장은 “(6·25 전쟁) 당시 우방국 도움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번영은 결코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600년 우리나라의 중심지로, 대한민국 국가와 국민의 정체성이 오롯이 담긴 광화문광장에 ‘감사의 정원’을 만들어 이곳을 찾는 세계인에게 감동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설계공모로 선정된 상징조형물 ‘감사의 빛 22’는 6·25 전쟁 참전국을 상징하는 5.7∼7m 높이의 22개 돌기둥으로 만들어진다. 22개 참전국에서 가져온 석재가 재료로 쓰일 예정이다. 조형물 측면에는 참전국 언어로 시, 문학작품, 글귀 등이 새겨진다. 조형물 아래 지하 공간에는 참전국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감사의 공간이 마련된다.
상징공간과 조형물은 올해 준공할 계획이다. 아울러 상징조형물 옆 세종로공원(세종문화회관 북측)에는 정자와 수경시설, 보행광장 등이 있는 ‘감사의 정원’이 2027년 5월 준공을 목표로 조성된다. 상징조형물 설치 예산 108억원 등 감사의 정원 조성을 위해 624억원의 예산이 들어갈 예정이다.
6·25 참전국을 기리는 조형물 ‘감사의 빛 22’ 지상부. 서울시 제공6·25 참전국을 기리는 조형물 ‘감사의 빛 22’ 지하부. 서울시 제공
앞서 오 시장은 지난해 6월 광화문광장에 100m 높이의 태극기 게양대와 함께 조형물 ‘꺼지지 않는 불꽃’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후 국가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이에 오 시장은 ‘자유를 위한 희생에 대한 감사’를 주제로 상징조형물을 조성하겠다며 설계 공모를 낸 바 있다.
하지만 광화문광장에 상징공간과 조형물을 만드는 것을 두고 시민사회의 비판 목소리는 여전하다.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정책위원은 “광장의 의미는 다양한 정치·사회적 목소리가 경합하는 열린 공간”이라며 “그런 광장은 시민이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비워야 하는 곳인데 거기에 시설물을 넣으면 광장의 원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재상 문화연대 사무처장은 “광화문광장에 상징공간을 만든다면 다양한 시민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이번 계획은 지난해 발표했다 철회한 태극기 게양대와 마찬가지로 호국보훈이라는 상징을 미리 정하고 진행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부터 한달간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공간 조성에 관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으나, 설문 참여자가 522명에 그친 데다 찬성을 유도하는 듯한 설문이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허윤희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