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빈(34)은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팬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 중 하나다. 두산이 7년 연속(2015~2021년) 한국시리즈에 올라 ‘왕조’를 구축하는 동안, 중견수 정수빈은 늘 그 신화의 중심에 있었다. 몸을 사리지 않는 투지와 과감한 베이스 러닝, 중요한 경기마다 나오는 ‘클러치 수비’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그런 정수빈의 어깨가 내년부터 조금 더 무거워진다. 동갑내기 친구이자 붙박이 주전 3루수였던 허경민이 자유계약선수(FA)가 돼 지난달 KT 위즈로 이적했다. 2022년 NC 다이노스로 떠난 박건우에 이어 허경민마저 팀을 옮기면서 두산이 자랑하던 ‘1990년생 트리오’는 뿔뿔이 흩어졌다. 이제 두산에 남은 건 정수빈뿐이다.
최근 잠실구장에서 만난 정수빈은 “어릴 때는 데뷔(2009년) 때부터 함께한 건우, 경민이와 끝까지 한 팀에서 뛰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야구를 오래 하면서 선배들이 하나둘씩 떠나는 모습을 보니 ‘헤어짐’은 인생의 순리라는 걸 깨닫게 됐다”며 “이제 동기가 한 명도 없어서 외롭겠지만, 어쩔 수 없다. 앞으로 내 역할을 잘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한때 ‘잠실 아이돌’로 불렸던 정수빈은 어느덧 팀 내 최고참급 선수가 됐다. 포수 양의지(37)와 외야수 김재환(36)에 이어 세 번째로 나이가 많다. 최근 트레이드로 두산에 온 스무살 외야수 김민석은 “어린 시절 가장 처음 유니폼에 이름을 새긴 선수가 정수빈 선배님이었다. 많은 걸 배우고 싶다”고 했다.
정수빈은 “그 얘기를 듣고 ‘나도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구나’ 싶었다. 그래도 그동안 야구를 못한 것 같진 않아서 다행”이라며 “나 역시 어린 시절 이종욱(삼성 라이온즈 코치) 선배 같은 분을 보고 ‘닮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성장했다. 이제 다른 선수가 그런 말을 하니 기분이 묘하다”며 웃었다.
정수빈은 데뷔 16년째를 맞은 올 시즌에도 건재했다. 지난해 신설된 KBO 수비상 외야수 부문을 수상했고, 도루 52개를 해내 데뷔 후 처음으로 50도루를 넘겼다. 그는 “어릴 때부터 수비로 칭찬을 많이 받았고, 나 자신도 자부심이 있어서 수비상은 꼭 받고 싶었다”며 “야구 관계자분들께 인정받은 느낌이라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특별한 이정표도 세웠다. 팀 후배 조수행(64개)과 함께 KBO리그 역대 최초의 ’50도루 듀오’ 탄생을 알렸다. 정수빈과 조수행이 합작한 도루 116개는 올 시즌 삼성(113개)·롯데 자이언츠(105개)·NC(104개)·키움 히어로즈(71개)·한화 이글스(69개)·KT(61개)의 팀 도루 수보다 많다.
정수빈은 “KBO 사상 최초의 기록이 우리 팀에서 나왔고, 그 안에 내 이름이 들어갔다는 게 정말 자랑스러웠다”며 “어릴 때는 팀 타격이 워낙 강해 도루를 자제하는 게 나았다면, 지금은 아무래도 예전보다 팀에 기동력의 힘이 더 필요한 시기다. 나 역시 그 부분을 생각하면서 더 많이 뛰려 했고, 감독님도 그렇게 주문하셨다”고 털어놨다.
2024 KBO 수비상 외야수 부문을 수상한 정수빈. 연합뉴스
2루 도루에 성공하는 정수빈(오른쪽). 뉴스1
앞으로도 정수빈은 자신의 ‘발’로 KBO리그에 뚜렷한 족적을 남길 생각이다. 역대 최고령을 넘어 최초의 ‘마흔 살 도루왕’에 오르는 게 꿈이다. 그는 지난해 도루 1위(39개), 올해 도루 2위였다. 30대 중반이 되어서도 주력이 녹슬기는커녕 도루 수가 더 늘었다. 정수빈은 “은퇴하기 전까지 ‘발이 느려졌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 마흔에도 지금처럼 두려움 없이 뛸 수 있게 잘 극복하려고 한다”며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경쟁력 있는 선수로 남고 싶다”고 했다.
정수빈은 2021시즌을 앞두고 두산과 6년 최대 56억원에 사인했다. 두산은 ‘숫자’로 표현되는 기록 그 이상의 존재감을 보고 정수빈의 가치를 판단했다. 4년이 지난 지금, 그 투자는 확실히 성공적이다. 이제 남은 계약 기간은 2년이다.
두산 유니폼에 애착이 큰 정수빈은 ‘언제까지나 팀에 남고 싶다’는 말 대신 남다른 의미가 있는 목표를 꺼내 들었다. “두산 프랜차이즈 선수 최다 안타·경기·득점·도루·3루타 기록을 모두 내 이름으로 바꿔서 팀에 새 역사를 남긴 다음 은퇴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또 “선수와 팬이 하나가 돼야 서로 시너지 효과가 난다. 팬분들도 너무 스트레스받지 마시고, 즐거운 마음으로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며 “나 역시 내년에 더 열심히 뛰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배영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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