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아파트의 모습. 박종민 기자
지난 2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4년 12월 5주(30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서 단연 눈길을 끈 대목은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을 멈춘 것이었다.
해당 주 서울 아파트값은 ‘보합’을 나타냈다. 전주 대비 상승률이 0.00%였다는 뜻이다.
지난해 3월 4주(25일 기준)부터 같은 해 12월 4주(23일 기준)까지 무려 40주, 9개월여 동안 이어졌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 흐름이 끊긴 것이다.
이미 그 전주부터 수도권 아파트값이 약 8개월 만에 하락 전환하는 등 전반적인 아파트값 내림세 속에서 보합이 관찰되자 서울 아파트값도 곧 하락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지난주(13일 기준)까지 수도권과 경기 그리고 인천 아파트값은 하락이 거듭되고 있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하락 전환 없이 3주째 보합을 유지했다.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최근 3주 내내 아파트값 하락이 없던 곳은 서울이 유일하다. 전국적인 아파트값 하락 대세에 서울 홀로 힘겹게 맞서는 모습이다.
부동산원은 대출 규제 등 영향에 따른 매수 관망세 지속에도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 압력을 버티는 배경으로 재건축 추진 단지 등 일부 선호 단지에서 이어지는 가격 상승세를 꼽았다.
“추세적 하락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아”
사진은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일대. 연합뉴스
한남4구역 등 뉴타운 개발 사업이 대대적으로 진행 중인 용산구 아파트값은 지난주에도 0.04% 올라 44주째 상승세를 이어 갔다.
이른바 ‘강남 3구’ 경우 강남은 전주에 이어 두 주 연속 보합을 기록했지만, 서초(+0.02%)와 송파(+0.04%)는 각각 42주와 48주째 상승을 반복했다.
하지만 서울에서도 외곽을 중심으로 아파트값 하락 지역이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2주(16일 기준)만 해도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아파트값이 하락한 곳은 7개에 그쳤지만, 바로 다음 주 10개로 늘었고 지난주에는 12개로 과반에 육박했다.
구로와 금천 및 도봉은 5주 연속, 관악과 노원 그리고 강북은 4주 연속 하락을 되풀이했다. 동대문도 아파트값 하락이 6주째 이어졌다.
이처럼 하락 지역이 확대되면서 서울 아파트값이 일시적으로는 떨어질 수 있겠지만, 추세적 하락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NH농협은행 김효선 수석전문위원은 “저가 급매물 거래가 많아야 가격이 하락하는데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르리라 생각하는 서울 주택 소유자들은 급매로 집을 내놓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했다.
“정국 불안 등 하방 요인 빨리 정리돼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를 넘기도 했던 과거와 달리 4%대로 낮아져 부담이 크게 줄었고, 공급 부족 우려가 팽배한 마당에 굳이 이제 와서 급하게 집을 팔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김효선 수석전문위원은 또 “지금은 거래가 거의 멈춘 상태여서 실제 거래액보다는 호가 위주로 가격 지수가 잡힐 텐데 서울 주요 입지는 15억 원 이상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양지영 수석은 당장 설 연휴를 지나 이사철이 다가오는 데다가 금리 추가 인하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매수 수요가 자극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양지영 수석은 강남과 용산은 물론 여의도와 목동 등 재건축이 활발한 지역에서 먼저 가격이 움직이면서 서울 아파트값 하락 전환에 제동을 걸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은행 함영진 부동산리서치랩장도 향후 아파트 입주 물량 감소로 전셋값 상승 등 현상이 나타나면 거래와 가격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함영진 랩장은 다만 “경기 위축이 예상보다 심해지고 정국 불안이 장기화한다면 향후 시장 개선 전망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하방 요인이 빨리 정리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