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전 대법원장 도입 법원장 보임 제도 손질
조희대 대법원장, 새 절차 마련 후 첫 법원장 인사
행정처 “다양한 의견 수렴”…자율성 훼손 비판 여전
조희대 대법원장이 도입한 새로운 법원장 보임 절차에 따른 첫 법원장 인사가 31일 나왔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도입한 ‘법원장 추천제’와 ‘지방법원·고등법원 인사 이원화’를 대폭 손질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 단행한 첫 인사다. 법원행정처는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다고 했지만 민주적인 절차나 1·2심 간 자율성을 해치는 인사 방식이라는 일각의 비판은 여전하다.
대법원은 이날 법원장, 고등법원 부장판사·판사 및 윤리감사관 등 인사를 발표했다. 신임 서울고등법원장에 김대웅(사법연수원 19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서울중앙지방법원장에 오민석(26기)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임명됐다. 전국에서 중요한 사건이 가장 많이 몰리는 서울중앙지법에 실력이 검증된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배치했다.
‘법원장 추천제’ 폐지 후 인사 단행
이번 인사에서는 사법연수원 기수가 높은 서울고법 부장판사들이 고등법원장과 고등법원장급으로 임명됐다. 사법연수원장은 김시철(19기), 사법정책연구원장은 이승련(20기), 대전고등법원장은 이원범(20기), 광주고등법원장은 설범식(20기), 수원고등법원장은 배준현(19기), 특허법원장은 한규현(20기) 고법 부장이 각각 배치됐다. 진성철(19기) 특허법원장은 대구고등법원장으로, 박종훈(19기) 대전고등법원장은 부산고등법원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여성 판사 중에서는 4명이 법원장으로 임명됐다. 윤경아(26기) 춘천지법 수석부장이 서울남부지방법원장, 조미연(27기) 춘천지법 부장판사가 청주지방법원장, 임해지(28기) 서울중앙지법 민사2수석부장이 대구가정법원장, 김승정(27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광주가정법원장을 맡는다.
대법원은 “전원 외부인사로 구성된 법률상 자문기구인 사법정책자문위원회의 건의와 전국 법관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조사 등을 통해 합리적인 법원장 보임제도에 관한 법원 안팎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법원장 인사는 ‘법원장 추천제’를 폐지하고 나온 첫인사다. 대법원장이 일방적으로 법원장을 지명하지 않는 방식의 법원장 추천제를 폐지하면서 민주적·수평적 임명 구조를 뒤집었다는 비판을 의식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각급 법원 판사들의 의견 수렴 비중은 현저히 떨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고법 부장판사 → 지방법원장으로
‘법관 인사 이원화’가 폐지되면서 고법 부장판사들이 지방법원장으로 이동하게 됐다. 이번 법원장 인사는 총 17군데로 이 중 5개 지방법원에 고법 부장판사가 법원장으로 가게 됐다. 이원형(20기)·정준영(20기)·김재호(21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서울가정법원장·서울회생법원장·춘천지방법원장으로 각각 임명됐다. 강동명(21기) 대구고법 부장판사는 대구지방법원장으로, 김문관(23기) 부산고법 수석부장판사는 부산지방법원장으로 임명됐다.
이번 인사는 ‘법관 인사 이원화’가 폐지되면서 전문성이 없는 고법 부장판사가 발탁형으로 승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비판도 일부 고려한 것으로도 보인다. 특허법원 근무 경력이 있는 정준영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서울회생법원장으로, 현재 가사 사건을 담당하는 이원형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서울가정법원장을 맡게 된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고등부장들을 지방법원장으로 임명한 데 대해 1·2심간 자율성이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나온다.
사법행정을 맡는 대법원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는 이형근(25기) 사법지원실장이, 신임 사법지원실장에는 조병구(28기) 수원지법 수석부장판사이 임명됐다. 대법관들을 보좌해 상고심 사건을 검토하는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는 고홍석(28기)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이 임명됐다. 선임재판연구관은 정상규(29기)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가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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