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 나이에도 빠른 발-현란한 드리블… 팀 속공 1위 SK의 ‘돌격대장’ 김선형
“SK ‘원클럽맨’으로 많은 정보 축적… 확률높은 ‘속공득점법’ 빠르게 찾아
NBA선 우승반지로 ‘최고’ 가려… 내목표도 우승반지 하나 더 갖는 것
팀 동료 워니의 마지막 시즌… 우승으로 마무리 하고 싶어”
“‘알파고(인공지능)’가 데이터를 많이 쌓을수록 강해지는 것처럼 내 속공 능력도 14년의 프로 경험을 통해 계속 발전하는 것 같다.”
프로농구 SK의 선두 질주를 이끌고 있는 베테랑 가드 김선형(37)은 최근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선형은 2011년 프로 데뷔 후 SK에서만 뛰고 있는 ‘원 클럽맨’이다. SK는 빠른 발과 현란한 드리블 능력을 갖춘 김선형을 앞세워 지난 시즌까지 네 시즌 연속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팀 속공을 기록했다. SK는 이번 시즌에도 22일 현재 팀 속공 1위(경기당 8.3개)를 기록하며 24승 6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전희철 SK 감독(52)은 지난해 10월 2024∼2025시즌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뻔한 농구를 펀(fun·즐거움)한 농구로 보여주겠다”고 했다. 속공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상대를 제압하겠다는 것이었다. 전 감독의 기대에 100% 부응하고 있는 김선형은 “SK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팀 전술과 동료들의 특성에 대한 정보가 많이 쌓였다. 그러다 보니 빠르게 상대 코트로 넘어가면서 (속공 득점) 확률이 높은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고참이 되어서도 신인 때처럼 열심히 달리는 김선형이 고맙다”고 칭찬했다.
김선형은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토종 선수 중 팀 내 득점 2위(평균 13.1점), 도움 1위(평균 4.6개)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김선형이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개인 기록보다 팀 성적이다. 그는 “미국프로농구(NBA)에서 역대 최고 선수가 누구인지에 대한 논쟁을 벌일 때 우승 반지가 몇 개인지를 따진다. 내 목표도 우승 반지를 한 더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산 두 차례 챔피언결정전 우승(2017∼2018, 2021∼2022시즌)을 차지한 김선형은 이번 시즌 세 번째 챔프전 우승을 노리고 있다.
김선형과 함께 SK의 공격을 이끄는 선수는 외국인 센터 자밀 워니(31)다. 2019∼2020시즌부터 6시즌 동안 SK에서 김선형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워니는 이번 시즌 득점 1위(평균 24.5점)에 올라 있다. 하지만 워니가 코트 위를 누비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이번 시즌이 마지막일 수 있다. 작년 12월 개인 블로그를 통해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힌 워니가 여전히 은퇴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선형은 “워니의 은퇴를 말리고 싶은 생각도 있다. 하지만 행복에 대한 가치관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워니의 결정을 존중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워니를 위해서라도 이번 시즌을 우승으로 마무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선형은 19일 부산에서 열린 올스타전에 출전했다. 그가 올스타전에 나선 건 이번이 12번째(5위)다. 이 부문 1위는 김주성(46·DB 감독)의 15회다. 김선형이 부상 없이 선수 생활을 계속하면 최다 올스타전 출전 선수가 될 수도 있다. 그는 “예전에 ‘내 유니폼을 입고 응원해주시는 팬이 한 분이라도 계시면 선수 생활을 계속하겠다’고 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팬들이 내가 60세가 될 때까지 응원하겠다고 하셨다. 지금처럼 팬들의 사랑을 받는다면 새 기록을 세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올스타전 휴식기를 마친 SK는 23일 2위 현대모비스(20승 9패)와 맞붙는다. 김선형은 “현대모비스는 정규리그 우승을 위해 반드시 꺾어야 하는 상대다. 휴식기 전까지 팀이 상승세(9연승)였던 만큼 꼭 승리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정윤철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