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11일 서울 송파구 부동산중개업소에 전세를 비롯한 매물 안내문이 붙여있다. 최근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다. 임대차법에 따른 ‘5% 인상 제한’이라는 제약이 풀린 데다, 입주 물량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첫째주(5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와 같은 0.17%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64주째 오름세를 유지했다. 휴가철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2024.8.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한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제도 개선 연구 보고서가 뒤늦게 공개됐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공론화 과정을 거쳐 법 개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임대차 2법이 시장 안정이라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만큼 이른 시일 내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국토연구원이 지난해 4월 제출한 ‘주택임대차 제도개선 방안 연구’ 최종보고서를 최근 공개했다.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임대차 2법은 2020년 7월부터 시행됐다. 임대차 계약을 최소 4년(2+2년) 보장하고 임대료 상승률을 5%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지만 법 시행 이후 전·월세 물건이 감소하고 가격 상승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법 개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실제로 법 시행 이전인 2020년 상반기 전국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1.85%였지만 하반기 5.47%로 급등했다. 계약 후 4년간 임대료 상승 폭이 제한되면서 임대인들이 4년 치 상승분을 선반영해 신규 계약을 체결한 탓으로 풀이된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유연성과 투명성 강화’라는 기본방향으로 개선방안과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첫 번째 대안은 제도 도입 전으로 복귀하는 방안, 즉 법안의 폐지다. 연구진은 이 경우 신규 계약 시 금액이 크게 상승하는 이중가격 문제 해소를 해소하고 계약 갱신에 따른 갈등, 신규 임차인에 대한 진입 제약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임차인의 거주 예측 기간이 줄어들고 정책 변화로 인한 국민 피로도가 증가하는 점은 단점으로 꼽았다.
연구진은 법안을 폐지할 경우 전셋값이 급등하는 지역에 대해 1~2년의 유예기간 적용을 병행하고 기존 임차인에 대한 계약갱신요구권 보장, 계약갱신 임대인에 대한 혜택 유지 등의 보완장치를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두 번째 대안은 지역에 따라 자율 운영하는 방안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과 같이 ‘임대차 특별지역'(가칭)을 지정하거나 지자체에 권한을 이양하는 방식이다. 임대차 특별지역은 지자체장이 국토부 장관 등에 건의해 일정 기간 계약갱신요구권, 상한요율을 적용하도록 한다. 이 경우 지역별 맞춤 제도 운용이 가능하지만, 여전히 해당 지역에서의 이중가격이나 계약갱신 갈등이 남게 되고 지자체의 행정비용이 증가한다는 단점이 있다.
세 번째는 기존 제도를 유지하되 임대인과 임차인이 제도 적용 여부를 자율적으로 협상해 계약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제도가 유지돼 국민 피로도가 감소하고 임차인이 거주기간 선택권을 다양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진은 임대인도 계약갱신 공실 방지를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봤다. 다만 계약 시 갈등이 발생할 수 있고 공급 부족 지역의 경우 임대인의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계약서에 관련 내용을 명확하게 기술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은 상한요율을 현행 5%에서 10%로 상향하고 제도 적용 대상을 저가 주택 등으로 한정해 재설정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이중가격 문제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으나 적정 상한요율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꼽혔다. 적용 대상을 재설정할 경우 문턱효과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정책이 복잡해진다는 단점도 있다.
연구진은 임차인 보호를 위한 정책과제로 △분쟁조정 내실화 △임대차계약 전자문서화 활성화 △확정일자 열람 확대 △전세 시세 정보 공개 등도 제안했다. 임대인의 권리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과제로는 △계약갱신요구권 사용 후 임차인의 일방적 계약 해지 제한 △양수인의 실거주를 이유로 한 갱신 거절 허용 등이 담겼다.
전문가들은 임대차 2법이 세입자 보호에 긍정적 역할을 한 만큼 폐지보다는 지역별 차등 적용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임대차 2법은 임차인들이 4년 동안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보호막이 될 수는 있지만 신규 계약 시기에는 시황에 따라 여전히 전셋값 불안정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법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법률의 보완이 필요하다”며 “최근 전·월세 시장도 매매시장처럼 지역에 따라 수급 밸런스 차이가 크고 가격에도 반영되고 있는 만큼 지역 시황에 맞게 전·월세 상한률을 달리 적용하는 등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또 “부동산은 사유 자산인 만큼 임대인의 권익도 고려해야 효과가 커질 수 있다”며 “계약갱신청구권을 2회 이상 허용해 주는 임대인에게 보유세와 향후 거래세, 상속세 등 세금 감면 혜택을 단계별로 주는 방식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효정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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